■ 반구대암각화-천전리 각석 잇는 선사산책로

가을이 되면 그냥 훨훨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누가 기다리지 않아도 파란 하늘에 마음이 저절로 열리고 울긋불긋한 산색깔의 유혹에 마음이 저절로 무너지는 탓이다. 어느 곳에 눈길을 둬도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운치가 있는 그런 곳이면 더욱 좋다.

바쁘지 않는 걸음으로 휘적휘적 걸으면서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드높은 하늘의 하얀 구름이 지난 날 그리움들을 들춰내고 숨어있던 바람 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의 하늘거리는 꽃물결은 미소가 되어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은 풍요의 계절인 동시에 외로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외로움에 사무쳐 떠난 그 자리에는 그리움이 피어난다. 외로움을 찾아 어딘론가 떠나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금전적으로 빠듯하다면 가까우면서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울산시내에서 30분이면 별천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선사산책로다. 천천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를 산길로 연결한 곳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사람들의 발길마저 뜸해 고즈넉한 가을운치를 느끼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선사시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세상의 온갖 설움을 다 받아내 주는 듯한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선사산책로를 왕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래야 고작 1시간이면 넉넉하다. 준비랄 것도 없다. 그저 간편한 복장에 가을을 맞이할 넉넉한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선사산책로에서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자. 글=최석복기자 / 사진=김동수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