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 천전리각석 2.26㎞ 구간
산·계곡 때 묻지않은 자연…감탄사 절로
공룡발자국·반구서원·박물관·전시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족나들이도 안성맞춤

▲ 천전리각석 산책로
세계적인 선사유적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놓은 것이 선사산책로다. 선사시대의 문화유산이라는 의미를 떠나 가을내음을 제대로 맡아볼 수 있는 장소로 찾았다.

울산시가 지난 2004년 말 20억원을 들여 완공한 선사산책로(원시문화산책로)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연결하는 총연장 2.26㎞ 구간. 천전리각석에서 반구대암각화까지 산책로를 너비 2~4m로 정비, 황토색깔의 현지토로 포장했다. 하천구간 등에는 목재교량(데크) 6개소를 설치했다.

언양~경주 35호국도에서 반구대로 접어들어도 되고, 천전리 각석 방면으로 진입해도 된다. 자연스러운 풍경속에서 가을 내음을 제대로 만끽할려면 천전리 각석 방면으로 접어드는 게 좋다.

천전리 각석이 위치한 일대 풍경은 울산지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절경이다. 층층이 바위들이 큰 골짜기를 이루면서 물길이 흘러가도록 만들어 놓은 모습에다 주위 소나무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사시사철 뛰어난 풍광을 선사한다. 오죽하면 대곡천이라 했을까. 특히 가을에는 더욱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아름다움을 달리하기 때문에 천전리 각석에서 바위 절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사람의 발길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유영하는 잉어나 피라미떼를 보노라면 일상생활에서 찌들린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녹아버린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돌아나오면 선사산책로 입구에는 선명한 공룡발자국이 눈길을 끈다. 공룡시대에서 선사시대, 역사시대의 감흥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길이다. 삼국통일의 주역인 신라 화랑들이 심신을 수련했던 대곡천을 바라보면 스스로 화랑이 되어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묘한 매력

▲ 천전리각석 계곡
을 가져다 준다.

대곡천 바닥은 1억년전 전기백악기 공룡들이 노닐던 쥐라기 공원의 현장이다. 울산시문화재자료 제13호다.

계곡이 흘러내려가는 방향을 따라 굽이치는 골짜기를 바라보면 한줄기 바람이 스쳐지나가면서 수만년전의 역사 흐름을 한순간에 느끼도록 한다.

선사산책로를 따라 접어들면 숲이 만들어 낸 그늘이 그렇게 상큼할 수가 없다. 모자나 자외선 차단을 위한 썬크림을 바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깊어가는 가을이 아쉬운 매미울음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종류를 알 수 없는 무수한 풀벌레 울음소리가 더해져 묘한 화음을 연출한다. 땀방울이 맺힐 정도의 가파름도 없다. 조금 힘든 구간이 나타나면 나무계단이 힘겨움을 덜어준다. 산책로를 만든지 5년이 지나면서 나무 계단에 이끼가 끼어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 공룡발자국
발아래 도도히 흘러가는 대곡천의 물줄기를 발아래로 굽어보는 맛도 묘미다. 경북 예천군 회룡포처럼 물길이 천천리 각석을 휘돌아 나가는 모습과 천길 낭떨어리같은 바위 절벽 아래 모습을 보노라면 누구라도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감동속에 몇걸음 나아가다 보면 황토색 산책로가 나온다. 반구대 암각화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선사산책로를 왕복하더라도 1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차량은 어디에 둬도 상관이 없다.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에는 정몽주·이언적·정구 선생의 신위를 모신 반구서원과 그 뒤편에는 포은 정몽주를 사모한다는 의미에서 세운 모은정(慕隱亭)이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여운을 남긴다.

산책로 끝지점에 설치된 대곡리공원관리사무소에서 안내 팸플릿을 나눠준다. 대곡천을 넘어 암벽에 새겨진 고래와 사슴 등 각종 동물과 인물 그림은 눈으로 정확히 볼수는 없는 게 아쉽지만 암각화전시관에 가면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이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도 좋고 홀로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도 제격이다. 가족들과 함께

▲ 암각화전시관
나섰다면 주위 유적들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대곡댐 입구에 있는 대곡박물관이나 암각화전시관, 반구서원 등은 꼭 들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 일대는 먹거리도 풍부하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봉계·언양 방면으로 나가면 쇠고기 불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유혹에 넘어가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남다르다.

가는 가을을 마냥 아쉬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제대로 즐기다 보면 오는 겨울이 더욱 반갑지 않을까.
글=최석복기자 csb7365@ /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