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는 선수로서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후배들을 향한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봉주는 21일 전국체전 마라톤 경기를 마친 뒤 충남도청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후배들을 향해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날 이봉주는 어느덧 우리 나이로 마흔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후배들을 제치고 2시간15분25초 만에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마지막 레이스에서까지 금메달을 따냈다.
 2위를 차지한 30살의 유영진(충북)을 2분 넘게 따돌리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봉주는 은퇴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대해 “내 생애 최고의 레이스였다. 끝까지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떠나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떠나는 선배를 끝내 꺾지 못한 후배들에 대한 실망도 감추지 않았다.
 이봉주는 “오늘 경기하면서 약간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후배 선수들이 달리면서 서로 눈치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더 과감하게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봉주 이후 한국 마라톤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은메달을 따낸 유영진이 “이봉주가 치고나가는 페이스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후배 선수들과 격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봉주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은 10년째 깨어지지 않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이봉주를 지도하기도 했던 문흥건(49) 충남육상연맹 전무는 “이봉주와 같은 훌륭한 선수를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은 많이 있는데 힘든 훈련을 이봉주처럼 꿋꿋하게 견뎌주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뜻깊은 자리에서 이렇게 후배들에게 각성을 요구한 이봉주는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고 앞으로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봉주는 이날 은퇴식 도중 자신의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영상물이 상영되자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북받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울먹거린 이봉주는 자리를 메운 150여명의 내빈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면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내빈들 역시 “봉달이 파이팅!”등을 외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봉주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마라톤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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