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신고 여자축구팀, 아쉽게 결승 좌절

 "이만큼 해준 것도 너무 대견스럽습니다."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여자고등부 대전 동신고-강원 화천정보산업고의 준결승 경기가 결린 24일 오후 대전대 운동장.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끝까지 버티다 후반 막판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한  동신고 선수들이 펑펑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들의 어깨 위로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해 아쉽게 동메달로 이번 대회를 끝내야 했지만, 동신고  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값진 성적이었다.
    1991년 창단한 대전 유일의 여고 축구팀 동신고는 2004년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몇해 전 지도자 간 갈등 등으로 선수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팀 해체 위기까지 맞았다.
    3년째 축구부를 담당하는 정진식 교사 말로는 2006년 선수 10명이 졸업했는데  새내기는 고작 4명이 들어왔다. 이듬해에는 6명이 졸업했지만, 축구부 신입생은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정 교사는 "2007년에는 축구부에 선수가 다섯 명밖에 없었다. 전국대회에 한 차례라도 나가야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서 일반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대회에 나갔다.  선수들이 드리블은커녕 상대 선수와 부딪쳐 실려나가기가 일쑤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경기를 했다 하면 대여섯 골은 그냥 내줬다. 
    하지만 역시 대전 유일의 여중 축구팀 한밭여중에서 9명의 선수가 2008년  진학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난해에도 전국대회에서 동신고와 싸우는 팀들은 승점 3을 거저 주웠다. 그러나 선수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희망이 보였다.
    매번 예선 탈락했던 동신고는 지난달 화천에서 열린 추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1승1무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를 부전승으로 8강에 오른 뒤 함안대산고를 1-0으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내용에서는 밀렸지만 후반 코너킥 기회에서 조유비가 올린 공을 전민아가  헤딩으로 꽂아 넣어 승리를 챙겼다.
    동신고는 마지막으로 동메달을 땄던 2006년 전국체전 이후 3년 만에 다시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화천정산고와 준결승에서도 상대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일방적으로  끌려다녔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준결승에 선발로 나선 선수 중 1학년 골키퍼 고윤영과 3학년 주장  신소윤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2학년생이다. 그래서 동신고는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3년째 팀을 맡은 최건홍 감독은 "아이들이 너무 잘 싸워 줘 만족한다. 먼저 나서서 훈련도 하는 등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이 고맙다. 이런 것이 교육  아니겠는가"라면서 오히려 "한국 여자축구에는 우리 같은 팀이 더 있다.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대덕대 진학을 앞두고 고교 시절 마지막 경기를 뛴 주장 신소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너무 아쉽다.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축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면서 "선수들이 나를 포함한 몇몇을 빼고는 모두 1, 2학년이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기회가 많을 것이다.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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