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즐기는 만추 서정

한바탕 때이른 추위가 급습하더니 나무들의 옷 벗는 속도도 무척 빨라졌다. 울산시민의 산인 문수산과 영남알프스 등 울산의 명산은 울긋불긋 가을의 정취를 털어내고 급속히 갈색빛을 띄고 있다. 떨어져 내린 솔잎과 낙엽 등은 온 바닥을 갈색의 양탄자로 만들어 버린다.

여름이 지나는가 했더니 겨울이란 말이 실감나듯 가을을 보내기가 아쉬운 이가 있다면 도심에서 만추(晩秋)의 서정을 느껴봄이 어떨런지….

전국 최고의 녹지율을 자랑하는 울산 도심 공원에는 울창한 숲, 아직 채 다 지지 못한 단풍들이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성했던 나뭇잎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 내리면서 바닥에 소복이 쌓여만 간다.

낙엽 떨어진 거리를 걸어보자. 사춘기 시절 한번 쯤은 읊조렸던 시 한 구절로 옛 추억을 되새겨 보자.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프랑스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 중)

낙엽길을 걷다 보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의 위협도 까많게 잊어버리게 된다. 낙엽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과 밝은 웃음에 괜한 걱정은 모두 사라진다.

만추의 풍경 중 빼놓을 수 없는게 또하나 있다. 사랑과 애도의 상징, 대표적인 가을 꽃인 국화다. 인간의 눈속임으로 사시사철 볼 수 있는 꽃이 되었지만 국화는 역시 제철인 가을에 봐야 운치가 있다. 다행이 울산 곳곳에서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낙엽 밟고 내 누님같은 국화꽃을 보며 저물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잡아보자.

글=신형욱기자 shin@ksilbo.co.kr /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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