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비통함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차질 없는 유해보존과 시신수습, 철저한 신원감식에 이은 책임 규명, 적절한 피해보상 등으로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다소나마 추스를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대구시 당국의 사고수습은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분통을 떠뜨리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사고당시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전동차 승무원 사이의 통화 내용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 내용을 조작했다는 사실에서는 어이가 없어진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시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구시장에게 모아진다. 더이상 사고수습의 책임을 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며 그런 점에서 유족들의 사퇴요구도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시민들이 직접뽑은 민선시장이라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책임 선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사고현장을 졸속으로 치워버린 것은 중대한 과실이며 범죄행위에 가깝다. 국립과학 수사연구소 신원확인팀과 경찰 감식반이 25일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더미에서 유골과 유해 14점을 찾아낸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더구나 라면상자 30개 분량의 희생자 유류품도 추가로 나왔다 하니 시신수습을 어떤식으로 해왔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을 치워버렸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사고나 사건의 현장보존은 지극히 기초적이고도 상식적인 절차다. 무슨 연유로 이같이 충격적이고도 엄청난 사건의 현장을 서둘러 치웠는지 그 연유를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 또한 가려져야 할 것이다.

 더욱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것은 지하철공사측이 사고당시 종합사령실과 기관사간의 교신내용을 조작한 사실이다. 지하철공사가 종합사령실의 녹음내용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운전사령이 기관사에게 ‘전동차의 전원공급을 중단하고 도망가라’고 지시한 부분 등을 고의로 누락 시켰다는 것이다. 통화내용으로만 본다면 승객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의 극치다. 이 기관사가 현장을 탈출한뒤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다 11시간만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은폐와 조작으로 밖에 볼수 없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