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국인 출국자 수가 74만2천여명으로 1월의 출국자 수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안가는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쓰는 돈과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서 쓰는 돈을 비교해서 셈하는 것을 여행수지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여행수지 만성 적자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적자 규모가 37억7천만달러로 전년도 12억3천만달러의 3배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그런 적자가 규모 면에서 세계 3위라는 한국은행 발표를 접하고는 도무지 우리의 해외 여행 패턴이나 경제마인드를 종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부자나라가 됐나, 아니면 관광수입이 워낙 적어서인가, 그도 아니면 우리 국민이 특별히 해외관광을 좋아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지나친 해외관광이 낳는 문제는 여행수지 적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여행수지가 전체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정작 문제는 무절제 한 해외 여행은 해이해 진 근로의욕을 반영해 준다는 점과 또 그런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실물경기는 완전히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체감경기 뿐만 아니라 통계상으로도 생산, 소비, 투자 등에서 하강 국면 진입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이나 제조업 가동률, 설비투자의 감소세 등이 위험선에 이르고 있는 중이다. 여기 저기서 하반기 이후 경기의 본격 침체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해외 관광부터 자제돼야 한다.

 해외 관광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에 당장 착수할 때다. 유가 불안이 지속되는데도 에너지 절약 시책의 시행을 미루는 것은 정부가 직무유기로 지적 받을 만한 일이다. 신용불량자 수를 3백만명 가까이 이르게 한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종래의 인기영합 경제정책은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 특히 경제부처는 근거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의 경제 마인드를 해이하게 하는 일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된다. 새정부의 경제정책은 이같은 바탕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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