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탐조

창원 주남저수지…60여종 겨울철새 도래지 관광객수도 최다
이달 중순~내년2월 탐조 적기…신종플루로 철새축제는 폐지
부산 을숙도…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 천연기념물 179호
문화회관·자동차극장·공연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구비돼
▲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석양.
아침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저 멀리서 겨울철새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울산지역에는 뚜렷한 철새 도래지가 없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곳들이 있다. 바로 창원 주남저수지와 낙동각 하구 을숙도다.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 1000여 마리가 일찌감치 주남저수지에 월동준비를 마쳤다.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와 205­2호 노랑부리저어새 등 겨울철새 40여종 1만5000여 마리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일년 사계절 먹이가 풍부하고 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을숙도도 마찬가지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생물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러 떠나자.

◇창원 주남저수지

▲ 관광객들이 주남저수지 탐방로를 따라 겨울철새를 구경하고 있다.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주남저수지는 매년 11월부터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와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60여종의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며, 국내 최다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한 저수량에 겨울에도 수면이 얼지 않아 철새 도래지로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주남저수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며칠 전에는 천연기념물 201-2호 큰고니 1200여마리가 날아와 아름다운 군무를 연출하면서 탐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가 하면, 잠수성 오리인 흰죽지 등의 겨울철새 선발대 5000여 마리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뤘다.

또 청둥오리와 쇠오리, 가창오리, 알락오리, 고방오리, 왜가리 등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조류들의 월동 준

▲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의 일출과 비행하는 겨울철새.
비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본격적인 탐조시즌은 수만마리의 철새가 찾는 이달 중순부터 내년 2월까지로, 시간대별로 휴식을 취하는 또는 먹이를 구하러 비행하는 철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일출 또는 노을이 질 무렵 가창오리떼가 먹이를 찾아 비상하는 광경은 탐조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매년 개최되던 철새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대신해 매주 주말이면 주남저수지 일대에서 전문 가이드와 함께 저수지의 영상을 촬영해 보는 체험 이벤트와, 저수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 겨울철새와 저수지 경관을 담은 사진 100여점이 전시되는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구 신복로타리에서 주남저수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약 1시간10분.

◇우리나라 최대 철새 도래지 부산 을숙도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으로 지난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에 토사가 퇴적돼 형성됐다.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아 두루미와 고니류, 오리류, 기러기류 등 수십여종의 철새가 찾고 있다.

▲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 오리떼.
운이 좋으면 유유히 헤엄을 치다가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수면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와 럭비공 같은 엉덩이만 물 밖으로 내민 채 물속에 들어가 한참 동안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을숙도는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으며, 주차장과 문화회관, 자동차 전용극장, 야외공연장, 인라인스케이트장, 간이 축구장, 휴게소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을숙도 조각공원에는 자연 생태와 도시환경에 관한 이슈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돼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하나가 됐다.

낙동강 하구의 강수량 부족과 높은 염분으로 매년 이곳을 찾던 겨울철새 일부가 월동지로 주남저수지를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한국∼러시아를 잇는 지역이면서 생물 지질 및 해양환경 등 학술·교육적 가치도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만큼 부산시는 을숙도 복원사업을 통해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던 옛 명성 되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남구 신복로타리에서 을숙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약 1시간.

탐조시 TIP
장갑·모자·두터운 외투등 보온 필수
조류도감 챙겨 가면 더욱 알찬 여행
짙은 화장·화려한 색상 옷은 피해야
겨울철새를 제대로 구경하고 싶으면 미리 알고 떠나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따뜻한 복장과 함께 장갑, 모자 등을 꼭 챙기길 당부한다. 탐조는 10~20분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복장은 필수다.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1시간여를 달려왔는데 단순히 겨울철새만 보고 가기엔 아쉽기만하다. 그래서 조류도감을 꼭 챙겨서 떠나라고 당부한다. 겨울철새가 아닌 큰고니, 재두루미, 가창오리 등을 책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문 사진가들이 사용하는 대포같은 600㎜ 등 망원렌즈가 없다면 근접사진은 포기하자. 대신 일출이나 일몰 시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군무나 기러기떼의 무리 비행은 일반 카메라로도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겨울철새는 쉬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비상하는 광경을 보기 위해 돌을 던지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등의 행위는 철새들에게 있어 스트레스다. 탐조 시 휴식을 취하는 새가 놀라지 않게 해야 한다. 후각·시각이 민감하기 때문에 진한 향의 화장품은 피하고 짙은색 계통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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