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시 장생포

장생포고래박물관…국내 유일 고래테마박물관 연 25만명 찾아
고래바다여행선…겨울철 울산공단 야경관광 전환 색다른 재미
고래생태체험관…국내 유일 돌고래수족관·입체영상관 등 눈길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고래의 모든 것 한 곳서 즐긴다
▲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수족관.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장생포는 명실상부한 고래도시다. 고래를 주요 테마로 내세워 관광지로의 부상을 노렸던 도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장생포에 두 손을 들었다. 장생포의 역사와 생활, 그리고 문화는 철저히 고래로 점철됐다.

계절적 요인으로 바다 위에서 고래를 구경하는 여행선 운항은 중단됐지만, 대신 울산의 산업현장을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는 야경관광선이 운항되고 있다. 확률을 장담할 수 없는 관경(觀鯨)에 비하면, 훨씬 안정된 즐길거리다.

여기다 국내 유일의 돌고래 수족관과 4차원 입체영상관을 갖춘 고래생태체험관까지 문을 열었다. 살아있는 돌고래의 구경은 고래테마 관광도시 장생포의 의미 있는 전환점이자, 볼 만한 구경거리로 기억될 수 있다.

한동안 장생포를 찾지 않았던 시민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장생포를 찾아보라. 깜짝 놀랄 것이다.

◇땀내 나는 현장이 빚어낸 빛의 앙상블

▲ 야경관광선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장생포 앞바다에서 고래 관광을 목적으로 운영되던 고래바다여행선은 11월과 12월 야경관광선으로 전환 운영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고래가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오후 5시 울산석유화학공단 맞은 편 장생포항을 떠나는 이 여행선은 현대중공업과 울산·온산석유화학공단, 현대자동차 등을 바다 위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 기간산업 현장들이, 놀랍게도 조화로운 빛을 뿜어내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오후 5시30분만 되면 밤바다는 이미 암흑이다. 기다렸다는 듯 육지에서는 전등 불꽃이 피어난다. 동구 화암추등대가 항구로 들어올 배를 인도하는 조명을 켜면, 동구 방어진항과 울산항 부두, 공단 해안도로에서 불빛 해안선이 그어진다.

야경관광의 백미는 석유화학공단을 지날 때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단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

▲ 지난 24일 개관한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하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공단 야경을 바다 위에서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오색찬란한 불빛에다 굴뚝에서 하늘 위로 피어 오르는 하얀 증기들은 마치 연출된 화산쇼 같은 느낌을 준다. 라스베이거스가 관광객을 위한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야경을 뽐낸다면, 울산의 공단은 먹고 살기 위해 지어진 공장들이 예상치 못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우다. 각각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모여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그 치열한 아름다움을 고요한 밤바다에서 느끼는 기분이 이채롭다.

야경관광선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남구 장생포항에서 울주군 간절곶 등대 앞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운영된다. 승선료는 울산시민의 경우 성인 1만5000원, 어린이 7000원이며, 타지역 관광객은 성인 2만원, 어린이 1만원이다. 두터운 겨울옷은 필수.

◇고래도시에서 만나는 돌고래 친구

▲ 고래생태체험관 앞에 설치된 고래 조형물.
“와~고래야 안녕!”

돌고래를 만난 꼬마는 대뜸 인사부터 건넸다. 어른들도 탄성과 함께 연신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생포의 새 주민이 된 돌고래를, 울산시민은 그렇게 환영했다.

돌고래 수족관과 4차원(4D) 입체영상관 등을 갖춘 고래생태체험관이 지난 24일 문을 열었다. 이날 무료로 개방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돌고래를 구경하려는 줄이 300여m까지 늘어난 점은, 돌고래에 대한 울산시민의 호기심과 애정을 반영한다.

체험관 입구로 들어서면 곧 돌고래 4마리를 만날 수 있다. 터널모형의 수족관 아래로 지나가면, 머리 위로 유유히 유영하는 돌고래를 볼 수 있다. 돌고래를 구경할 수 있는 수족관은 현재 장생포가 유일하다.

이 외에도 1층에는 울산 연안에 서식하는 40여종의 물고기가 전시된 연안바다 전시실과 고래의 생태를 공부하고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래이야기실도 마련돼 있다.

2층에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우선 돌고래 수족관을 위에서 조망할 수 있다. 돌고래들이 유유히 자맥질하거

▲ 고래생태체험관 내 디오라마관.
나 때로는 수면 위로 솟구치는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입체영상과 고음질에다 바람과 물을 이용해 실제 바다 속에 있는 듯한 촉감까지 제공하는 입체영상관이 들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장생포호’라는 잠수함이 바닷속을 탐험하다 대왕오징어의 공격을 받고 곤경에 처하지만, 향유고래 한 마리가 나타나 오징어와 결투를 벌여 장생포호를 구하는 내용인 ‘심해의 전투(Battle of the deep sea)’가 8분15초 동안 펼쳐진다.

또 장생포의 옛 고래잡이 모습을 재현한 장생포 마을 디오라마관(Diorama·작은 공간을 활용해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한 입체전시)도 추억을 자극한다. 큰 고래를 잡아 올려 기뻐하는 주민이나 고래고기를 삶는 모습, 식당과 이발소 등이 아기자기한 모형으로 재현됐다.

◇그 밖의 볼거리
지난 2005년 문을 연 고래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고래 테마 박물관이다. 대형 브라이드 고래뼈와 귀신고래관 등 다양한 고래자료가 전시돼 연간 25만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고래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과 포경 생활의 모습, 귀신고래 등 각종 고래에 대한 학습도 가능하다.

미식가라면 고래고기 음식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장생포에는 고래고기 전문점이 한때 6곳까지 줄었으나, 현재 14곳까지 증가했다. 생선회 등 다른 음식과 함께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40여곳에 이른다. 이 밖에 삼계탕과 국밥 등 다양한 메뉴의 전문식당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생포초등학교~울산지방해양항만청 1.7㎞ 구간에 조성된 간판시범거리의 업소 간판들도 색다른 볼거리다.

글=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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