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과 자전거의 도시 상주

지난 주말 겨울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경북 상주. 내륙 찬기운은 느닷 없는 선물처럼 첫눈을 맞는 행운을 안겨 주었다.

첫 일정은 장맛이 좋기로 소문난 절집. 점심 공양으로 고픈 배를 채우고, 처마 끝 100% 자연산 상주 곶감도 맛을 보았다.

자전거박물관과 상주예술촌도 차례로 방문했다.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 영천으로 빠져 시안미술관에도 들렀다. 그러고 보니 방문지 모두 폐교를 재활용한 문화공간들. 사실 겉모습이 모두 화려하진 않았다. 쓸모 없던 곳들의 새로운 변신은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의 의지 만으로도 충분히 새겨 둘만 했다.

행선지도 좋았지만, 그 날 여행은 무엇보다 함께 했던 이들로 더욱 빛났다.

동행인들은 모두 여자 스무 명. 아가씨와 아줌마와 할머니가 적당히 섞인, 공통분모가 그다지 많지 않은 무리였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연대감은 충분했다.

출장도 아니고, 챙겨야 할 식솔이 딸리지도 않았다. 모처럼 만의 홀가분함이 하루 해 짧은 여행을 더욱 다르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여행 만큼 확실한 활력소도 없는 법. 일 주일이 지났건만, 발갛게 익은 상주곶감과 어스름 저녁의 붉은 노을이 조금도 바래지 않고 머릿속을 선명하게 맴돈다.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귀갓길에 약속이나 한 듯 여자들이 입을 모았다. ‘내년엔 좀 더 긴 시간, 먼 곳으로 다시 떠나자’고 말이다.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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