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의혹이 있다" "검찰이 살기 위한 조치다"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 등등. 이러한 공방은 필자의 과문함으로 그 진실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다만, 이 문제가 재벌 그룹의 상속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를 축적한다는 것, 즉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의 꿈이고, 이상이기도 하다. 이는 권장되어야 할 사회가치가 분명하다.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당신도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모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게으름이 문제다"고 말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서 부의 개념과 부자라는 개념이 단지 개인의 영역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의 경우도 재벌가문과 그 기업의 힘만으로는 그만큼의 규모를 일구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받는 대규모의 소비자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는 각종 사회간접자본의 투자, 그리고 함께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존재 등 이미 개인의 영역을 초월해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 "사회간접자본에 더 많은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은 기업자체에 더 많은 부를 안겨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발전시켜, 국가 경제 전체를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고용창출’ "사회발전’ "국가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재벌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대기업이 과연 이런 공공정신에 얼마나 충실한가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재벌 창업자들은 한결같이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내가 어떻게 일군 회사인데,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안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노조를 적대시, 백안시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런 의식의 저변에는 기업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 사고가 베어있다.
이러다 보니 상속 문제, 그룹 경영권 장악 문제를 대하는데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서도 투명하고 원칙에 맞게 하기보다는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잘못된 방식으로 부를 대물림하고 기업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새파랗게 젊은 재벌 2, 3세가 하루아침에 그것도 불법이나, 탈법, 편법을 동원해 부를 대물림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 이것은 "열심히 일한 당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모두의 꿈을 짓밟는 것이다. 꿈을 짓밟는 것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발전의 토대를 허무는 것이다.
기본정신이 허물어지면, 지금도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가 더 왜곡되고 헝클어질 것이다. 기본정신이 헝클어진 사회의 국가경제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모두의 꿈을 짓밟히는 사회가 어떻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적법하고 상식적으로 부를 상속하고, 기업발전을 추구하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기업가와 부자가 욕먹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존경받으려면 먼저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우리가 수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노블리스 오블리제’(영예와 지위에 걸맞게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과 부자들이 부의 사회환원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지를 돌아봐야 한다. 사회의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구현할 때 대기업이, 부자들이 이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우리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