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위기로 대다수 외국회사 직원들이 쿠웨이트를 떠났으나 한국 건설회사들은 쿠웨이트-이라크 접경지역에서 공사를 계속해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쿠웨이트 진출 한국 건설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군 주도의 이라크 공격 준비에 따라 지난달 15일 군사지역으로 지정된 쿠웨이트 북부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서는 대림산업과 SK건설이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은 지난주말까지 이 지역에서 발전소 공사를 계속하다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SK건설과 대림산업은 쿠웨이트 북부 라와다탄 유전지대 내 원유수집센터(GC) 건설공사를 이날 현재 계속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들 두 회사가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라와다탄 유전지대는 이라크 공격을 준비중인 미·영국군이 주둔한 쿠웨이트 북부에서도 이라크 국경 쪽으로 훨씬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미국을 비롯한 외국 회사 직원들은 이미 철수한 상태다.

 원석호 대림산업 쿠웨이트 지사장은 지난달 15일 쿠웨이트 북부가 군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며 긴급한 위험이 없는 한 공사를 계속해 공기를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성환 SK건설 중동지사장도 현재 건설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아직 작업 중단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SK건설과 함께 공사를 맡은 미국회사 직원들은 이미 완전 철수했으며 다른 컨소시엄 참여회사들도 전체 직원의 20% 가량만 남기고 철수한 상태이다.

 이라크의 움 카스르항과 인접한 쿠웨이트 북부 사비야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있는 현대건설도 지난주말까지 공사를 계속하다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고 이 회사의 권오식 쿠웨이트 지사장이 밝혔다.

 현대건설과 함께 이 발전소 공사를 맡은 모 일본회사는 이라크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달 중순 사무소를 폐쇄하고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등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경우 현장 근로자와 주재원들을 사우디 아라비아를 통해 긴급 철수시킬 예정이지만 일부 필수요원은 개전 이후에도 당분간 잔류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권오식 지사장은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 전쟁 발생후 피해 정도, 전쟁 장기화 여부 등에 따라 4단계 대피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11명의 직원이 잔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환 SK건설 지사장도 전쟁이 나면 80여명의 한국 직원과 700여명의 제3국인 근로자를 사우디를 통해 대피시킬 계획이지만 필수요원 3명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건설회사들이 당면 위기에도 불구, 공사를 지속하고 있는데 대해 쿠웨이트 현지인들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미국은 다가오는 전쟁의 당사국이고 일본은 지난 걸프전때 자국민들이 4개월 반이나 억류된 적이 있어 안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한국 회사들의 차별적인 대응이 향후 중동건설 특수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쿠웨이트시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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