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비상구를 찾아라

#1.직장인 이윤호(가명·35)씨는 올해로 결혼 7년차이지만 아직 자녀가 없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면서 구입한 아파트 대출금을 갚느라 2세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여기에다 직장을 다니는 아내의 육아부담과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 부담에 자녀 갖기를 포기한 상태다.

#2.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울산지역의 초등학생수가 해마다 줄기 시작해 8만2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2003년 11만2000여명에 달했던 학생수는 2008년 9만4000여명, 지난해 8만8000여명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수도 2003년 38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올해는 32명으로 줄었다. 교육당국은 이 추세라면 2019년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초등학교 19명, 중학교 20.5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5년 20·30대 미혼여성 비율 5년 전보다 두배 가량 증가
저출산 주원인으로 부각 … 기혼자 출산 기피현상보다 심각
울산지역도 작년 5월까지 누계 출생아수 전년비 100명 감소
학교 학급당 학생수 갈수록 줄어 … 폐교되는 경우도 많을듯

(2)저출산 비상

◇저출산, 국가 재앙 수준

보건복지가족부는 저출산이 심각한 지금을 준(準)비상사태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으로 나타났고, 저출산 현상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의 울음소리가 멈추는 대신 고령화까지 더해지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나아가 국가재정이 붕괴되는 등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저출산 현상은 이미 심각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과 함께 발간한 ‘2009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2명으로 조사대상 185개국 중 184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08년 합계출산율 1.19명만 놓고 보면 세계 꼴찌 수준이다.

아이를 안 낳는 부부보다 20~30대 여성들이 결혼을 미루는 게 저출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2000~2005년 이같은 연령대 미혼율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주출산 연령대의 미혼율은 급속하게 늘고 있다. 미혼 여성 비율은 2000~2005년의 경우 30~34세는 10.5%에서 19%로 상승했으며, 35~39세도 4.1%에서 7.6%로 올라 5년 만에 거의 2배 가량 증가했다. 또 25~29세의 미혼율도 39.7%에서 59.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도시 울산도 저출산 현상 여전

2008년 합계출산율이 전국 7대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었던 울산에서도 저출산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출생통계 결과’에 따르면 울산지역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이 7대 광역시 중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아 100명당 남아 출생수를 의미하는 출생성비도 울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울산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남구 3024명, 북구 2229명, 울주군 2179명, 중구 1994명, 동구 1939명 등 총 1만1365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1.34명로 전국 평균 1.19명보다 높았으며 서울(1.01명), 부산(0.98명), 대구(1.07명), 인천(1.19명), 광주(1.20명), 대전(1.22명)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7년(1.40명)에 비해서는 0.06명 감소했다.

조출생률은 10.3명으로 7대 광역도시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울산은 젊은도시 답게 20대 후반이 30대 초반의 출산율보다 높은 유일한 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상대적 비교우위일 뿐 결과적으로는 3년간 지속되던 소폭 상승선이 다시 하락한 것이며 인구유지를 위한 적정선에도 여전히 밑돌아 출산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의 ‘월간 인구동향’ 자료를 통해서도 울산의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울산지역 누계 출생아 수는 4800명으로 전년 대비 100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대비 전국(­4.8%)에 비해서는 인구가 적은 탓에 감소폭은 비교적 낮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하반기

▲ ◀지난해 12월 울산시청에서 열린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협약식’에서 박맹우 울산시장, 울산대학교 김도연 총장,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정무영 부총장, 울산과학대학 이수동 총장, 춘해보건대학 김희진 총장, 한국폴리텍Ⅶ대학 울산캠퍼스 이종욱 학장이 협약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까지 지속될 경우, 2년 연속 연간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울산지역 총 출생아 수는 1만1300명(통계청 잠정치)으로 2007년(1만1918명)에 비해 600여명 줄어든 것으로 통계청은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5월 울산지역 출생아 수는 900명이다. 시·도별로는 서울 7200명, 부산 2100명, 대구 1500명, 인천 2000명, 광주 1100명, 대전 1000명 순을 보였다.

여기에다 지난해 5월 기준 울산지역 혼인 건수는 7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으로 인해 울산지역 학생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울산지역 전체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11만9022명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전체 학생 수 19만3210명보다 38.4%인 7만4188명이 줄어든 것이다.

초등학생은 올해 8만7615명에서 2019년 5만5930명으로 36.2%인 3만1685명이 줄어들고, 중학생은 올해 5만3414명에서 2019년 3만1334명으로 41.3%인 2만2080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등학생은 올해 5만2181명에서 2019년 3만1758명으로 39.1%인 2만423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또 올해 학급 수를 2019년까지 유지하면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올해 29.9명에서 2019년 19명, 중학교는 35명에서 20.5명, 고교는 36.9명에서 22.5명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실제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수가 급감하는 학교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학교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구가 팽창했던 시기에 큰 규모로 지어졌던 도심 내의 초등학교 등은 주변이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하거나 슬럼화·공동화되면서 학생수가 급감해 폐교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울산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소규모 학교 구조조정을 연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이 계속되면 20~30년 후에는 학교는 물론 교직원도 대폭 줄여야 할 것”이라며 “인구 수 추정이 가능한 2019년까지는 학급 수를 줄여 학급당 학생 수를 적절하게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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