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에서도 "지방분권운동 울산본부"가 태동하였다. 타 지역에 비하여 늦게 출범한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먼저 출범한 지역의 운동본부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작의 빠르고 느림의 문제가 아니다. 분권화 시대에 우리지역의 발전을 위한 건강한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가, 무엇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하여 추진할 것인가가 더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의 분권 논의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권운동에서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다.

 애초 우리나라에서 분권운동은 부산의 지역경제 회생전략에서 시작되었지만, 대통령 선거를 타고 전국적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특히 노대통령은 당선자 이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분권화 의지를 명확히 하였고, 지방에게 능력만큼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라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개발한 발전비전이 타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국가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우리지역의 분권운동은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출범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노대통령이 요구한 지역분권 비전이 각 지역에서 지역경제의 발전에 관련된 논리개발을 요구하는 것으로 축소·해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경제위기를 경험하고 난 뒤에다가, 그동안 수도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난 탈진한 상태의 지역 입장에서 볼 때 배를 불리는 차원의 것으로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권의 철학을 곰곰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분권은 이념적인 면에서 볼 때, 집중 편향적 국가발전에 의하여 발생한 국가 및 지방의 위기를 지역균형개발 정책과 민주적 지방자치를 통하여 회생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이자 지방의 총체적 회생전략이다.

 이렇게 볼 때, 분권은 개발을 추구하는 성장의 철학뿐만 아니고, 지역의 민주적 의사소통과 문화예술, 시민들의 복지를 가꾸는 성숙의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특히 이와 같은 것은 시민들이 만든 분권운동본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역개발전략과 같은 것은, 물론 시민들과 함께 다루어야 하는 사안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문연구자와 시에서 주체가 되어 연구하고, 기획·추진하는 것이 알맞다.

 그러나 지역문화예술과 복지에 대한 것은 이른바 "도시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으로써 연구만을 통하여 진흥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에서 일괄적으로 추진한다고 금방 성과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추진주체를 굳이 구분하자면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알맞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문화예술의 지방분권운동을 제창한다. 이른바 분권시대에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 나아가면서, 나아가 문화운동을 통한 차별화된 분권운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울산의 지역문화는 개략적으로 전통적 역사문화와 현대 대중문화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모두가 인정하듯이 우리 울산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이면서도 그 역사의 뿌리와 문화를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격렬한 노동 후에 즐기는 음주·노래방 문화만이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문화만을 가지고 우리는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를 가꾸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지역경제회생의 절명의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부산 등의 타 지역과 다르게 비교적 안정된 경제를 가진 울산은 지방분권운동본부가 차별화된 운동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기를 원한다.

 즉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절대절명의 테제로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운동본부가 중심이 되어 경주의 모든 유적을 합한 것보다도 더 가치 있다고 하는 반구대 암각화 보전대책을 강구하고, 울산의 상징어인 "태화’(太和)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태화사의 옛터’(太和寺地)를 찾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고대문화유적이 유난히 많은 도시에 박물관을 건립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산업화의 값진 가치를 지닌 이곳에 공업역사박물관의 유치를 위해 노력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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