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겨울바다 여행

포항 영일만 바다는 짙은 청자빛이었다. 영하의 차가운 강풍이 휘몰아 칠 때마다 바다 표면에는 하얀 상처가 났다. 묵직한 느낌의 바닷바람이 할퀴고 간 바다 위에는 흰 포말이 일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높은 풍랑에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은 포구에 선체를 바짝 붙였다. 육지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듯 애처로웠다. 추운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어구 위로 갈매기들은 카 퍼레이드 색종이처럼 나풀거렸다.

제 철을 맞은 과메기들은 해안선을 따라 바다를 향해 좌우로 나란히 정렬했다. 과메기들은 바닷바람을 양념삼아 먹기 좋게 익어가고 있었다. 포구는 숨죽인 듯 고요했지만 과메기를 손질하는 손길만은 분주했다.

겨울바다는 표현하기 참 어렵다. 그저 맨송맨송하고 스산하다. 한 여름의 활기도 찾기 힘들다. 바닷바람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불어댄다.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면 살갗이 타들어가는 느낌까지 들곤한다.

그래도 겨울바다 하면 겨울철을 대표하는 낭만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뭔가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김현식의 ‘겨울바다’, 푸른하늘의 ‘겨울바다’ 등 겨울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도 많은 것 같다.

31번 국도는 동해안과 인접해 바다의 정취를 즐기기에 적당한 곳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이 도로의 각 구간마다 ‘가도(佳道·아름다은 길)’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겨울에는 과메기라는 이색적인 먹을거리도 있다. 겨울바다의 서정이나 낭만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메기 안주에 소주 한잔 걸치는 즐거움 정도는 누릴 수 있다. 글·사진=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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