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저출산 현상의 다양한 원인들 - 1)교육비 부담

▲ 학생 및 학부모들이 입시전문교사와 대입 상담을 벌이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60년대 출산 억제 표어), ‘둘만 낳아 잘 기르자’ ‘3명 자녀,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낳자’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70년대 산아제한 유도 구호),‘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80년대 구호),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한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2000년대 출산 장려 표어)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정부의 표어도 가족계획 등을 통한 출산 억제에서 출산장려로 바뀌었다.

정부의 공익광고에서 나타나는 표어만봐도 저출산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실제 대한민국 전체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으로 나타났고, 정부는 지금의 상태를 준(準)비상사태라고 판단한데 이어 국가적인 재앙까지 불러올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적 비상사태까지 불러일으킨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들은 무엇일까.

각계 전문가들은 주출산 연령대인 30대 여성의 미혼율 증가를 비롯해 교육비와 양육비, 육아 부담, 워킹맘들을 배려하지 않는 문화 등을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해마다 늘어만 가는 교육비 부담문제를 살펴봤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교육비 부담 손꼽아

4~5명은 기본이고 여섯, 일곱, 여덟까지도 흔했던 시대가 엊그제였는데, 불과 20~30여년 만에 자식을 적게 낳으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제 밥그릇은 타고 난다’면서 자식들을 줄줄이 낳았던 옛날과는 달리 ‘개천에서 용 안난다. 있는 집에서 판·검사 난다’는 말로 대변되는 시대로 변했다.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 원인에 관한 국민여론을 조

▲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역 초등학생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웃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사해봤더니 전체 응답자의 38.9%가 ‘자녀교육 문제’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산 연령대인 20대(49.3%)와 30대(44.3%) 여성의 경우 자녀교육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한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응답자(42.1%)가 남성응답자(35.9%) 보다 더 많이 자녀교육 문제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한국교총과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가 지난해 11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자녀교육에 대한 걱정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만 3~5세아 무상의무교육 단계적 확대 등을 담은 유아공교육 방안을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혼과 출산 앞둔 대학생들도 부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녀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의외로 많이 나왔다.

경상북도와 대구대가 지난해 경북지역 6개 대학 재학생 1488명(남 728명, 여 7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0%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전체 20%의 대학생들이 자녀출산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전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저출산 원인에 대해 75%의 응답자가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미래에 있어 결혼과 출산의 의사결정 당사자인 대학생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배어있고, 그 이면에는 교육비와 양육비 등을 포함한 경제적인 부담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30대 여성 절반 ‘저출산 주원인’으로 자녀교육 문제 꼽아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 4명 중 3명 “경제적 부담에 출산 기피”
한국정부 공교육비 부담률은 4.5% OECD 평균 4.9% 밑돌아
대학 등록금 세계 최고 수준 … 사교육비 물가도 가파른 상승

◇교육비 부담 어느정도 이길래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과 대학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3%로 OECD 평균(5.8%)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공교육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4.5%)은 OECD 평균(4.9%)보다 낮았지만 민간 부담률(2.9%)은 OECD 평균(0.8%)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도 초등이 4935달러, 중등이 7261달러, 고등이 8564달러로 모두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등록금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4717달러, 사립대학은 8519달러로 미국(국공립 5666달러, 사립 2만517달러)에 이어 모두 2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공립대 등록금이 10년전인 1999년에 비해 115.8%나 상승했고, 사립대 80.7%, 전문대학 9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학원 등록금의 경우도 사립과 국공립이 각각 113.6%, 92.8%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소비자 물가가 35.9%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다른 물가에 비해 2.2배에서 3.2배 더 오른 셈이다.

대학 등록금 외에도 입시학원비 등 각종 교육 관련 물가도 다른 품목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과학원의 경우 대입 학원비가 54.1%, 고입 학원비가 51.5% 상승했고 종합학원의 경우 대입 학원비가 72.3%, 고입 학원비가 67.3% 올랐다.

또 유치원 납입금이 118.8% 상승해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참고서 가격도 고등학교용이 48.4%, 중학교용이 59.4%, 초등학교용이 88.5% 올랐다.

이에 따라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13.6%였던 것이 지난해 15.5%로 증가, 가계의 시름을 더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