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있었던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이 화제다. 내용도 그렇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공무원 신분인 검사들이 격의 없이 토론하는 것 자체가 어떤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어떤 나라보다 서열이 중시되고, 예의 "엄숙주의"가 지배하는 곳이고 보면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참여 정부"라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도 사회 전 분야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직접 참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유통 부문 뿐만 아니라,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수요자의 요구 파악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자치단체 등도 위원회 등을 통해 중요한 사안의 결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제 일방주의 시대는 가고 있고, 다수가 참여하는 참여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운영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동안 학교는 교육, 또 교사들에 대한 존중 등의 의미로 학부모들도 학교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학교 현장도 사회의 일반적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몇 해 전 울산의 학교들이 학교 신축, 증축, 보수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밝혀졌다. 그것도 한 두개 학교가 아니라 많은 학교가 연관이 되었다. 아직도 때가 되면 학교에 촌지를 들고 가는 학부모들이 있다. 학교 현장도 다른 어떤 분야 못지 않게 개혁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참가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른 측면이 많았다. 대개는 운동회나 소풍 날, 교사 도시락을 준비한다든지, 아이들 간식을 준비한다든지 하는 것이 학부모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최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참가하는 것이 가능해진 뒤 여러 가지 변화가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던 많은 일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어 결정되고 있다. 교복·체육복 결정과 공동구매, 학교 급식업체 선정과 감시활동, 학교 예결산 결정, 졸업 앨범 선정, 수학여행지와 프로그램 결정 등 중요한 사안의 결정에서 학교운영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있는 학교에서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연구와 조사를 하고 이에 따라 물품구입 등의 결정을 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도 하고, 모든 일을 투명하게 하는 민주적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복, 체육복 등을 개별구입이 아니라 공동구매하는 관행을 정착시킨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그동안 교복업체들이 담합해서 폭리를 취하던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민주적 학교운영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운영의 중심에 서 있었던 학교장과 학교 행정실 등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의미를 살려서 역할을 높이기보다 부담스러운 통과절차로 이해하고,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하다가 운영위원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학부모들도 아직은 당당하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당국의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교와 교육 주체인 교사들이, 애정과 열정은 있으나 교육문제에 다소 전문성이 떨어지는 학부모들을 중요한 교육 파트너로 인식하고 도와주고 끌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학부모의 학교 참여에 열려있는가, 닫혀있는가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가하여 학교 변화에 앞장서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법과 제도로 보장되어 있는 학교운영위 뿐만 아니라 학부모회(어머니회) 활동 참여, 도서관 도우미 참여, 상담자원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아이들에게 최상의 조건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데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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