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인 대구이남구간의 노선 재검토와 관련해 울산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노선 변경과 사수를 각각 주장하는 부산과 경주 사이에 끼여 적어도 13일까지는 숨죽이고 관망하는 듯한 형국이다.

 부산지역의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관통반대 시민·종교대책위원회"가 금정산·천성산을 훼손하지 않는 노선으로 변경돼야 한다며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고 목청을 높이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일 노선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3~4일이 지나자 건설교통부 산하 고속철도건설공단은 경주~부산 구간의 공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시민·종교대책위는 지난 11일 건교부가 각 이해당사자가 두루 참여하는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다는 방침에 대해 아예 금정산·천성산 일대 기존노선의 완전백지화가 전제되지 않는한 노선재검토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기존노선의 대안으로 부산~대구 구간을 경부선 처럼 직선화하고, 공사가 진행중인 대구~경주 구간을 지선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14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1만명 규모의 "관통반대 궐기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지역 시민·종교대책위의 요구사항이 관철된다면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설치를 희망해온 울산지역의 희망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돼버린다. 지금까지 가장 앞세운 "노선이 전국 7대도시이자 산업수도인 울산을 지나는데도 왜 역 설치계획이 없느냐"는 논리는 설 땅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주지역도 "다 잡은 대어는 사라지고 피라미만 잡는 격"이 된다. 대구~경주간을 지선화 하면 본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운행편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이용승객 불편과 감소가 예상되고, 역세권 개발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경주지역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지역출신 김일윤 국회의원과 백상승 경주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경실련, 상공회의소 관계자 20여명이 13일 간담회를 열고 가칭 "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노선 사수 범시민추진위"를 구성해 노선 재검토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시민단체인 경주경실련을 중심으로 범시민추진위를 가동하면서 동해권 6개 시·군과 광역단체인 울산과 연대를 추진해 오는 18일께 범시민추진위 주관으로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여는 한편 서명운동도 전개키로 했다.

 경주시의회는 이와 별도로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고속철도 사수 특별위원회"를 구성, 중앙부처를 방문해 경주통과 노선의 타당성을 널리 주지시키고 인근지역 지방의회와 연대를 도모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부산과 경주지역에서는 종교계,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갑작스레 불거진 현안에 대해 발빠른 대응책에 나서고 있으나 울산지역은 양반걸음만 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울산시 관계부서는 부산지역에서 대구~부산 직선화 및 대구~경부 지선화안을 들고 나온 이후인 12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면서 부산~대구 직선화(기존 경부선 활용방안·지하화 또는 복복선)는 지난 91년 노선기술조사때 검토대상에서 제외됐다는 해묵은 설명을 했다.

 이날 또 울산시의회는 경주시의회로부터 연대 대응하자는 전화를 받고 공감을 표시했지만 13일 지도부 협의에서는 오는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키로 느림보 행보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래전에 결성된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상황의 급박함을 느끼지 못하는지 13일까지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부산과 경주 지역의 공방 흐름이 미~이라크 전쟁 임박, 북핵문제, 대내외적 경제불안 등의 시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연 옳은 일인 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 노선 재검토 방침만 정해졌을 뿐 가시적인 결론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준비없는 성급함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울산은 왜 이렇게 무감각하고, 느림보인지 시민심부름꾼을 자처한 인사들과 관련단체 관계자들에게 공개질문을 던진다. "신중해서 입니까, 아니면 무력해서 입니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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