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정책을 비판했던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의 허용을 주장하는 등 또 다시 교육정책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전2011"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진 부총리는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의 허용여부는 정부가 간여하기 보다는 대학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찬성의 뜻을 표했다는 것이다. 대학 기부금 입학제도는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오래전부터 "불가" 입장을 밝혀온 사안이다.

교육정책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KDI가 제시한 2011년의 교육분야 정책은 현재의 모든 교육제도를 시장원리에 따라 재편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식정보화시대에는 지식이 경쟁력을 결정하므로 고등교육기관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경쟁체제로 가야한다는 경제논리에 따라 대학기부금 입학제도를 허용하고 대학정원을 없애며 고등학교등급제를 인정하고 사립학교에 자율권을 줘 사실상 사립학교와 입시학원을 통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가장 큰 논란의 핵심인 기부금 입학제도의 도입은"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는 현행헌법 조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국민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면에서 시기상조라고 본다.

진 부총리와 KDI측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라는 명분을 강조하다보니 교육문제를 너무 시장원리로만 재단하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80년대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안이 나왔으나 결국 문제는 예산이었다.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계획안이 아니라 계획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교육예산 아닌가. 그런데 교육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하지는 못할 망정 사립대학 재정문제는 기부금으로 해결하고 경쟁력을 갖도록 사립학교와 사설학원의 구분을 없애자고 하니 교육부도 교원단체도 학부모단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현행 교육정책의 기조를 크게 뒤흔드는 기부금 입학제도입이나 고교평준화 정책의 해제는 이 시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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