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저출산의 다양한 원인들 - 3)여성 미혼율 증가

20~30대 주출산 연령 여성미혼율 2000년 후 5년새 2배 급증
대도시·고학력·전문직 종사 여성 일수록 미혼율 증가 추세
일을 통한 자아실현·육아 양립 사회제도적 정책 마련 시급
▲ 한 결혼정보회사 단체미팅에 참석한 회원들이 커플댄스를 즐기고 있다.
지난해 12월9일 서울 성신여대 간호대학이 주최한 ‘행복한 출산, 부강한 미래’라는 제목의 특강은 미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여대생들에게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출산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특강 콘서트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출산 홍보 동영상 상영을 비롯해 유치원 원아들의 ‘친구가 필요해요’라는 제목의 합창공연, 다출산에 모범을 보인 인사 공로패 수여, 인기가수의 출산경험 강의 등 저출산 문제 타개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풍성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행사 마지막 순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행복 선언문’이라는 제목의 ‘출산 서약서’를 쓰는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서약서에는 적극적 출산, 낙태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여성계에서는 취업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데다 사회환경이나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여성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계의 반발까지 불러일으킨 이 해프닝은 결국 출산 연령대 여성의 급격한 미혼율 증가가 저출산의 중심에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저출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다가오는 원인 중 하나가 결혼을 하지 않으려거나 결혼을 하게되는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혼여성들의 출산율만 높인다고 해서 저출산 현상이 해결되리라는 믿음과 이에 따른 정책은 근본문제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여성 미혼율 5년 새 2배 급증

실제 20~30대 여성의 미혼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의 차별 출산력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합계출산율이 낮은 지역에서 대체로 미혼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아이를 낳아야 할 나이의 여성 중 상당수

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30대의 미혼율은 2000년 이후 5년 만에 2배 가량 늘어난데 이어 대도시 지역의 미혼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00∼2005년 주출산 연령 여성의 미혼율은 2배 가까이 급증했다. 30∼34세 여성의 미혼율이 10.5%에서 19.0%로, 35∼39세 여성은 4.1%에서 7.6%로 높아졌다. 25∼29세의 미혼율도 39.7%에서 59.1%로 증가했다.

미혼율은 대도시 지역이 높았다. 서울은 35∼39세 여성 10명 중 1명 이상(12.5%)이 결혼하지 않았고, 강남구는 35∼39세 여성의 21%가 결혼하지 않아 전국 1위에 올랐다. 대구 중구(20.8%), 부산 중구(18.1%), 서울 마포구(16.9%) 등이 뒤를 이었다.

고학력이면서 전문직에 종사할수록 미혼율이 높아 학업과 직장 내 승진 등의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40~44세 미혼 여성의 대학원 졸업 비율은 5.2%로 결혼해서 자녀를 둔 같은 나이의 여성(1.3%)은 물론이고 남성(4.1%)보다 높았다. 30~34세 미혼 여성의 관리·전문직 비율도 27.4%로 기혼 유자녀 여성(9.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혼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는 것만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혼율이 10% 늘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2명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통계개발원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 결혼하고 싶은 환경 만들어야

통계결과에서도 보듯 미혼여성의 증가가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결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혼 부부들도 자녀교육비와 양육비 등의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형편이다보니 미혼여성들의 결혼 기피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울산시는 최근 미혼남녀들의 결혼지원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결혼지원사이트(www.match.kr) 무료 가입을 비롯해 미팅 주선,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버스투어 미팅과 동아리 운영, 결혼 약속 커플에 대한 건강검진비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미혼여성들이 결혼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춘해보건대학 유아보육과 정은이 교수는 “여성들의 결혼관 변화와 사회진출 확대로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미혼율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면서 “여성들에게 일을 통한 자아실현과 육아 등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보장 정책을 마련하는 등 거시적인 관점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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