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이국적 매력

대관령 ‘삼양목장’ 여의도 면적의 7.5배 동양 최대 초지목장
수백년된 노송·동해전망대·거대한 바람개비 풍력발전단지 등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겨울 테마여행객 발길 이어져
횡계리 일대 황태덕장과 다양한 황태요리 골라 먹는 재미도
▲ 목장 언덕위에 홀로 서있는 박달나무. 영화 ‘연애소설’ 의 촬영배경이 되면서 일명 ‘연애소설 나무’로 불리며 대관령 삼양목장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강원도 평창군. 울산에서 쉽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만만찮은 장거리 여행에다, 행여 폭설이라도 만나면 곤혹스런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 황태찌개
그럼에도 큰마음 먹고 찾는다면, 그 용기와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폐 속 깊숙한 곳까지 시원케 하는 바람과 그림 같은 설경, 끝이 보이지 않는 목초지가 펼쳐진다.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 고원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망망대해, 흰 물감을 칠한 듯한 뭉게구름, 황태덕장 등 이색 볼거리와 황태 음식 등 먹거리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온다.

◇강원 산골에서 즐기는 이국(異國)의 매력

평창군 횡계리 대관령 일원에 조성된 삼양목장은 동양 최대의 초지목장이다.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7.5배인 2000만㎡으로, 남한 전체면적 5000분의 1 규모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 낙농의 메카로 불릴 만큼 많은 소들이 방목됐으나, 지금은 소가 줄고 관광단지로 변신했다.

목장 내에는 22㎞가량의 목장 관리용 자동차 순환도로가 있는데, 매표소에서 동해전망대에 이르는 4㎞ 구

▲ 대관령 삼양목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양들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하고 있다.
간이 관광코스로 개발돼 있다. 목장은 5월부터 11월까지는 자가용의 출입을 억제하고 순환버스를 운행하지만, 겨울에는 체인만 있으면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엄청난 규모만큼 구경거리도 풍부하다. 수백년된 노송과 주목이 거북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청연원을 비롯해 양과 토끼 방목장, 한곳에서 120만평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은 400정(1정보=3000평) 등은 꼭 돌아봐야 할 필수코스다.

산등성이에선 풍력발전단지를 구경할 수 있다. 거대한 바람개비 앞에 서면 엄청난 바람소리와 발전기의 기계음이 묘한 리듬으로 섞인다. 압도적인 자연과 첨단장비가 빚어내는 소음이 이채롭다.

대관령의 진면목은 역시 설경이다. 시베리아를 연상케 하는 하얀 눈밭 위에 어우러지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은 사진 배경으로 그만이다. 특히 설원을 캔버스 삼아 강한 바람이 지나가면서 그려낸 천연의 무늬는 경

▲ 삼양목장 입구에 위치한 휴게소에는 컵라면을 저렴하게 팔고 있어 겨울철 간식으로 제격이다.
탄을 자아낸다. 최근에는 눈이 뜸해 목초지가 드러난 곳이 많지만, 겨울 감상에 방해 받을 정도는 아니다.

해발 1140m의 목장전망대에 올라서면 망망대해의 동해와 목장 전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산과 바다가 모두 발 아래 있는 기분이다.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한 전망대에서는 겹겹산줄기를 한눈에 구경할 수 있으며, 기상이 좋으면 강릉 시내와 주문진까지 볼 수 있다.

삼양목장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 ‘연애소설’과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가을동화’ ‘베토벤바이러스’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 중에서 해발 1080m에 위치해 동서남북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연애소설 나무와 가을동화 주인공인 은서와 준서의 나무와 집 등이 명소로 꼽힌다.

목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기 전에는 매점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삼양이 만든 각종 라면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실 겨울철 목장 구경은 눈이 즐겁지만, 추위에 몸이 고생스럽다. 뜨끈한 라면국물로 고생한 몸을 달래기에 적격이다.

◇눈꽃마을 더 즐기기

목장을 둘러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횡계리 일원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 지역은 자연설이 풍부해 마을 자체가 겨울 테마 여행지로 빠지지 않는다. 비록 대관령 눈꽃축제가 1월로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도원중학교 맞은편 빈터에 대관령 눈꽃축제 기간중 만들어진 얼음조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끝났지만, 도암중학교 앞 공터에는 축제 때 전시된 눈조각들이 아직 남아있다. 이글루부터 스핑크스, 세종대왕 등의 눈조각은 남부지방 관광객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을 곳곳에서는 황태덕장도 구경할 수 있다. 어지러운 듯 질서정연하게 널린 명태는 혹한이 닥칠수록 노랗게 잘 익는다. 황태는 원래 북한 청진과 원산지역 주민들이 명태를 말려 겨울나기용 음식으로 이용하던 데서 비롯됐으며, 횡계는 청진처럼 겨울 일교차가 커 황태덕장이 적합하다. 황태는 속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며, 저지방에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겨울을 대표하는 웰빙음식으로 꼽힌다.

▲ 대관령 곳곳에는 황태덕장이 설치되어 있다. 명태가 겨울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쫀득한 황태로 재탄생하게 된다.
황태가 유명한 만큼 황태전문음식점도 많다. 주인이 직접 덕장을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황태해장국, 황태구이, 황태찜, 황태불고기, 황태전골, 황태냉면까지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황태까지 맛봤다면 하루 여행은 충분하다. 그래도 강원도의 멋과 맛이 아쉽다면, 횡계에 마련된 콘도형 숙소나 펜션에서 하루 묵고 여행을 계속해도 된다. 겨울스포츠를 즐긴다면 인근 용평리조트를 이용해도 좋다.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까지 간 뒤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만종분기점에서 강릉방면 영동고속도로로 변경해 횡계톨게이트까지 가면 된다.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삼양목장 이정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교대운전자가 있다면 돌아오는 길은 국도를 이용해도 좋다. 동해안을 끼고 강릉과 포항 등을 거치는 해안도로의 경치는 지루함을 잊게 한다.

글=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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