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장 개방문제가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3월말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교육분야 양허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교육관련 단체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양허안 제출계획 철회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번 주중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정부의 WTO 교육분야 양허안 초안에는 외국학교법인의 대학설립 및 운영, 어학교육 등을 목적으로한 학원설립, 원격교육서비스 허용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초·중등 분야는 공공성을 감안해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학이상의 고등 및 성인분야는 현행 개방수준을 유지하되 해외분교 설립, 외국어학습 등을 우선 개방한다는 것이다.

 교육시장 개방은 2년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결의된 것으로 한국정부는 이미 중국·일본·호주 등 11개국에 대해 개방요청을 했고 미국 등 10개국이 한국에 대해 초·중등교육 부분을 비롯한 전부문의 개방을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교육관련단체들의 요구대로 이번에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는다 해도 세계무역체제 내에 있는 우리나라가 계속 개방압력을 받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더욱이 교육시장 개방은 영세한 재정형편, 열악한 교육·연구여건, 대학 구성원들의 후진적 의식 등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기여하는 등 오히려 국내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어가고 있는 터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시장 개방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내 공교육의 기반을 뒤흔들 거라는 것이다. 우리 교육계는 시장개방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번 정부 양허안 초안은 이미 개방이 이뤄진 대학 이상의 교등교육과 성인교육 서비스중에서 비영리학교법인을 조건으로 학원 설립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대학의 80%이상, 고교의 60%이상이 사립인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외국자본의 침투는 교육의 상업화를 초래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유럽연합 집행부가 문화와 교육·보건 등 공공서비스 부문의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주목된다.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 부문은 외국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육시장 개방은 불가피한 게 현실이지만 우리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좀더 시간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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