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을 지나는 동안 산사 입구의 텃밭이 텅비어 왠지 허전하고 섭섭하더니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대지를 적셔주어 온 겨우내 언 땅이 녹는다. 봄비에 녹는 구수한 흙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혀 정겨웁고 겨울바람에 속살 갈라진 그 텃밭에 봄 채소를 심어 새파랗게 싹이 틀 생각을 하자니 가슴이 뿌듯하며 살아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를 느낀다.

 겨우내 주검같이 꼭꼭 언 땅에서 만물이 소생하고 삼라만상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이 새로이 찾아오는 봄에 우리는 항상 희망을 말하고 싶어진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삶에 있어 어제의 일들을 바탕으로 하여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에 최선을 다하여 더 나은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자 이렇게 오늘 이웃과 더불어 바쁘게 숨쉬는 우리가 아닌가

 그러나 더러는 그렇게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내일의 꿈을 가슴으로 키우지 못하는 것 같다.

 살아도 살아도 희망의 시작이나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고 유대하는 인연들로 인해 고통과 괴로움과 짜증만 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인종이 문화와 관습을 달리하며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른 성격과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들의 삶의 목표는 현실에 각각 차이가 존재한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만일 모든 고통과 번뇌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마땅히 만족할 줄 알아야(知足) 한다는 것이다. 나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불행하고 그렇지 않은 남과 다르다 하여 불편한 심사로 짜증만 낸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분수를 모르는 것이고 분수에 넘는 행위와 기운은 모두 다 고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세상에서 재수에 의한 횡재는 원래 있을 수가 없다. 생물학에서는 환경에 의한 돌연변이가 가끔씩 발생하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잠수함이 하늘을 날고 참새가 물밑으로 다니는 일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열심히 살아보고 뭔가 원만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면 다시 한번 마음은 다잡되 한번 쉬어 가는 지혜로 오늘을 만족하면서 내일을 기대해 보자.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비록 맨땅위에 누워 있어도 오히려 편안하고 즐거움이 되지마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극락이나 천당에 있더라도 그마음은 만족하지 못하고 지족(知足)을 알지못하는 자는 부(富)를 찾더라도 가난하고 지족(知足)을 아는 자는 가난하더라도 부(富)하는 사람이 된다. 족함을 알지못하면 항상 욕심에 끌려 다니게 되고 족함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족하게 여기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떻게 처세 할 것인가를 말하여 준다. 깊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산골짝 물을 소가 먹는다면 우리의 건강에 이로운 우유가 만들어 질 것이며 뱀이 먹는다면 무서운 독을 만든다는 사실도 우리는 한번쯤 아울러 되새겨야 할 것이다.

 비록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자기의 현 위치가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흡족해 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자

 이제 완연한 봄을 재촉하는 이 비가 그치면 우리 텃밭에도 정성껏 뿌린 씨앗이 싹을 튀워 파랑빛깔로 채전이 만들어 지면 산사를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풍요함과 만족함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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