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저출산의 다양한 원인들 : 6)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부 정책

친정이나 시부모가 맡아주면 다행 … 대부분 어린이집행
직장 포기도 다반사 출산장려금 지급만으로는 해결 안돼
보육·교육비 등 현실적 지원 위한 양육 기반조성 서둘러야

◇출산지원 보다 육아 지원 시급

▲ 지난해 울산시청에서 열린 아이낳기 좋은세상 울산운동본부 행사장에서 다둥이 가정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저출산율을 기록하기까지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 육아부담, 여성미혼율 증가 등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면서도 그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도 ‘아이를 낳고 싶은 본능을 아무런 제약없이 실현해 주는’ 관점에서 보면 쉽게 풀릴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초저출산사회가 되기까지 ‘아이를 낳고 싶도록’ 해줄 제대로 된 지원책들이 없었다.

‘아이낳기 좋은 세상’을 구현해 줄 보다 현실적인 대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뜬구름 잡거나 실감이 나지 않는 저출산 극복 대책들은 저출산의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활동에 참여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여성이나 앞으로 맞벌이를 원하는 부부들의 경우 출산 자체에 대한 지원 보다는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는데 더 큰 혜택을 주길 바라고 있다.

또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직장여성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기거나 어린이집 종일반을 전전하다 급기야는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자녀출산에 대한 생각이 싹 가시기도 한다.

일과 양육이 양립할 수 없고, 육아의 주체가 여성에게만 편중되면서 ‘있는 아이도 챙기지 못해 둘째는 엄두도 못낸다’는 푸념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고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경남 마산시의 경우 출산장려금으로 셋째아이 출산부터 740만원이라는 전국 최고 수준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2009년 수혜자는 전년에 비해 45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40만원 중 출산양육 지원금으로 일시에 200만원이 지급되고, 출산기념통장 지원금으로 3년 동안 매월 10만원, 5년 납입 10년 보장성 보험가입 등으로 지원된다.

셋째아 출산장려금이 두 번째로 높은 경북 영양군의 경우도 2009년에 82명이 태어나 전년도에 비해 22명이 감소했으며, 수혜자 역시 2009년 9명으로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둘째아이와 셋째아이 출산장려금으로 각각 350만원과 600만원을 제공하고 있는 전남 보성군 또한 출생아 수는 역행했다. 2009년 366명, 2008년 414명으로 48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의 한 장면. 경상일보 자료사진
주고 있다.

고액 출산장려금 지급을 실시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출산장려금 만으로는 출산율 증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출산지원 보다는 공과금 혜택, 교육비 등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보육환경에 대한 개선과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오정숙 울산본부장은 “일회성, 일시적인 금전제공은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대를 비롯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보육 및 교육정책 실현 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자녀가정 지원 확실해야

자녀를 낳고 기르는데 필요한 여건과 기반 조성이 저출산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다자녀가정에 대한 확실한 지원이야말로 저출산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둥이가족 입장에서 세금이나 교육비, 주택문제 등 다자녀가정이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고, 보육비와 교육비 등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자녀들을 먹여살려주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는 다자녀가정 지원책이 속빈강정이 아니라 다자녀가정에 대해 지원을 보면서 출산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춘해보건대학 유아보육과 정은이 교수는 “출산장려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존 다자녀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다자녀가정에서 정부의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불만을 늘어놓는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혜택과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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