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장·차관급 인사에 이어 후속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고위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등에서는 이미 1급 공무원 전원의 사표를 제출받았고, 총리실 등 다른 부처도 곧 사표제출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1급 물갈이" 인사 방향은 이른바 서열파괴 인사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는 분위기다. 비록 1급이상 고위공무원이 공무원법에 따른 신분보장의 적용범위 밖이라 하더라도 일괄사표 제출후 선별수리라는 전례없는 형식과 수순에 대해서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직사회를 흔들게돼 국정의 안정적 운용이 어려워지고 고위공직자들이 다년간에 걸쳐 쌓아올린 경험도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론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철밥통 의식이 깨지고,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않다.

 우리는 공직사회 쇄신작업이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과 국민을위한 행정의 효율성 제고라는 양측면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사적체문제를 떠나 공무원 조직이라해서 인사시스템 쇄신의 무풍지대로 남을 수는 없을 것이지만 "1급 일괄사표"가 가져올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고위공직자 인사가 마치 "인적청산"이라는 성격을 지니거나 새로운 형태의 줄서기를 강요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그 부정적 여파는 결코 작지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보면 고위공무원 인사의 폭뿐만 아니라 그 판단기준과 원칙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청와대측은 "적재적소, 실적주의, 투명과 공정, 지역과 성별 등의 안배" 등 인사 4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만 절대평점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상 자의적, 일방적 잣대로 인사를 재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정의 투명성이 절대적 전제라는 뜻이다. 각 부처의 인사수요 등을 면밀히 검토한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기준을 세워 이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그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공직사회의 동요와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조직의 활력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방안도 과제로 검토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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