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맞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22일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특히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여서 어느 때보다 물이라는 자원의 소중함과 물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 돈이나 물건을 마구 헤프게 쓰는 모양을 "물쓰듯"이라고 하듯이 일반적으로 물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중 한국의 수돗물 값이 가장 싸고 한국인의 물소비량은 가계소득 1천달러당 42ℓ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우리 국민은 이같이 물을 언제까지 싼 값에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인가.

 세계물위원회(WWC)는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각국 정부가 물문제를 개발과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취급하지 않으면 세계인구의 절반이 2025년께 물부족 사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인구의 30%가 현재 생활하거나 씻는데 필요한 충분한 물을 갖지 못하는 등 물관련 문제를 안고 살고 있는데 2025년에는 이 수치가 50%를 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싼 값에 마음놓고 물을 써 우리보다 가계소득이 훨씬 높은 선진국 국민보다 2~6배 많은 물소비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도 지난1993년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의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나라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83mm로 세계평균치의 1.3배에 달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평균치의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대로 갈 경우 2011년이면 연간 18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하니 물을 물쓰듯 쓰지 못할 날이 곧 닥친다고 봐야겠다.

 이제는 수자원관리와 활용대책에 정부도 국민도 적극 나설 때다. 세계 물의 날하루 기념행사를 갖고 국민들의 관심을 잠시 물 문제로 돌리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물관리 정책에서 핵심은 어떻게 하면 생태계와 사회문화적 여건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수자원을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댐도 건설해야겠지만 우리나라가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물이 부족할 때마다 댐건설로 수량을 늘리는 대증적 요법을 되풀이해 환경을 훼손했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누수율 저감, 중수도 보급, 하수 재활용, 빗물이용, 수도요금체계 개선 등 시설 운용측면의 물 수급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각자의 물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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