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자. 국내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진 영화인 토니 스코트 감독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란 영화이다. 아마 국가안전보장국(NSA)정도 되는 국가기관에서 전국민 감시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을 알게된 한 국회의원이 살해되는 장면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윌 스미스는 우연히 살해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소지하게 되면서 사건에 연루된다.

 단순한 스릴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소시민 일반이 당하는 감시의 고통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 전체주의의 망령이 사라진 지금 전자전체주의의 망령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어떤 면에서 너무나 끔찍하여 외면하고 싶은 감시의 공포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다시 영화속으로 들어 가보자. 우리의 주인공 윌 스미스는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아내에게서 심각한 불신을 당하는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리들이 어떻게 자신이 있는 곳을 감쪽같이 알고서 포위해 올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옷과 소지품까지 벗어 던진 후에야 비로소 최소한의 감시에서 벗어 날 수 있다.

 흔히들 넌픽션이 픽션을 압도할 때가 많다고 한다. 어떤 경우 소설가들은 신문을 꼼꼼히 읽으면서 소설을 구상한다고 한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가까운 우리의 ‘현실’을 상상해보자.

 2008년, 아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내장된 핸드폰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아이가 가는 길이 부모가 설정한 경로 및 경과시간과 다르면 포말스의 시스템이 전화·e메일 또는 팩스로 부모에게 주의사항이 발생되었음을 통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아이는 친구들과 놀다가 자신의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하여 기우뚱거렸고,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학우의 눈을 찔러 한쪽 눈을 실명시킨다. 이러한 사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폭력 경향이 있는 문제아로서 등록된다. 물론 아이의 성적과 질병, 성격, 정치적 취향 등 200여 개의 모든 생활기록은 취업과 결혼 등 일생동안 영원히 따라 다닌다.

 요즘 교육계에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을 두고 말썽이 많다. 이 소란은 수년 전 스마트 카드사업을 추진하다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시행하지 못했던 전자주민카드 사건을 기억하게 한다. 이 시스템은 전국의 1200여개의 800만 명의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교육부 종합 서브에서 일괄 관리되는 것으로서 520억원의 예산사업이다. 동 사업은 학생에 관련된 생활기록, 건강기록, 상담기록, 그리고 학생 부모의 개인정보까지 포함하여 총 200개가 넘는 개인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으로서 인권측면에서 전자주민카드보다 더 문제 많은 사업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점에서 불법이며, 준비도 덜된 상황에서 급속 시행한다는 점에서 졸속이며, 최소한 내부 구성원인 교사들의 합의를 구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비민주적이다.

 교육부는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5년 전 시행한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에서도 의혹과 비난을 받아왔다. 그 당시 각종 필요성을 역설하여 1천500여억원을 투자하여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시민단체에 의하여 ‘밑 빠진 독상’의 불명예를 받았다. 정부예산만 낭비하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국 1천200여개 학교조직의 ‘행정업무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스는 단순히 행정업무 효율 추구를 넘어있다.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는 21세기의 가장 진지한 인권의 주제라는 점에서 동 사업은 반인권적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발생한 모든 개인정보를 영원히 기록해 두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인간을 묶어두는 감옥과 같은 것이다. 동 시스템은 시행착오 속에서 교훈을 얻고 성숙해지는 인간을 보육해야 할 교육부가 인간을 과거의 실수나 질환 속에 묶어두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자기부정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동 시스템은 지금부터라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오히려 교육부는 디지털 지식시대에 맞는 인간윤리를 개발하고, 바람직한 인재육성에 노력하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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