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정부의 경제정책조정회의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27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경차규격을 확대하고 경유 승용차의 2005년 시판을 확정했다. 또한 경기활성화에 필수적인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도권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무방류 폐수처리시스템 등 친환경기술만 갖추면 상수원보호구역의 공장 증설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국가정책이 아직도 외적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정책 결정에서 환경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취임식에서 밝힌 새 정부 환경장관의 말이 무색해지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환경지속성지수 평가에서 142개국중 최하위권인 136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최상위권에 속하고 토양·수질오염이 심각하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OECD 경제검토위원회의 한국경제 검토회의에서도 한국은 그동안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기오염이 심각한 문제여서 경유사용 차량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경유승용차의 시판을 결정하면서 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조정문제를 2005년중 논의하기로 미루는 등 당초 경유차 환경위원회의 민·관합의안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할만도 하다. 대기오염 특히 이산화질소 오염의 주범이 자동차며 특히 디젤엔진차의 배출가스는 치명적인데 휘발유가격의 56% 수준인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낮추면서 상대가격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환경과 "삶의 질"이 더욱 중요시되는 21세기에 우리나라는 계속 환경후진국으로 남을 것인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사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환경용량이 열악한만큼 상대적으로 더욱 높은 환경개선 의지를 가져야만 그나마 환경을 지속할 수 있을텐데 경제개발을 위해 환경파괴를 일삼아 왔다. 이번 환경 및 수도권 규제 완화로 정부는 17조원의 투자유발과 경기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지만 길게 보았을때 이같은 개발우선 정책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더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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