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봉 신선 저두 병풍을 안고 태화강 흘러내려 염포 옛 개항"" 신정동의 은월봉과 수암 쪽의 신선바위, 그리고 삼산동 울산역 뒤에 자리잡은 저두산을 함께 일컬어 병풍같이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다.

 돼지 머리를 닮았다 해서 저두산이라고도 불리는 돝질산은 울산항과 태화강의 하류가 만나는 남구 여천동 38-1번지에 아담하게 서 있는 산봉우리다. 해발 54m에 불과하지만 울산사람들에게는 추억이 서린 곳이다.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 정상에 올라서노라면 동해의 푸른 바다와 근대 개항인 염포항이 펼쳐보이고 북서쪽으로는 이수삼산의 광활한 평야와 태화강 너머로 학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산사람이라면 돝질산의 찌꾸미(지킴이)인 띠고딩이(고둥)를 떠올린다. 한해에 한번씩 띠고딩이가 황소 울음처럼 울 때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태화강이나 여천강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꼭 10리 밖의 사람들이 물귀신이 된다며 돝질산의 영험한 메시지를 외경스럽게 생각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그 돝질산의 소유주인 삼성정밀화학이 오는 4월3일 돝질산을 개방한다. 벚꽃의 개화기에 맞추어 "돝질산 벚꽃축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40년생 벚꽃 300여그루를 꾸준히 관리해서 벚꽃길 800m를 만들고 400평 규모의 유실수 단지를 조성하는 등 환경조경 면적만 3천평에 이른다.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환경을 주제로 한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갖는 데다 어린이 환경교육을 위해 산성비 실험과 야광놀이 등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주거지역과 공단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돝질산 정상에 울산사람들이 올라서게 되면 울산의 제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아울러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번 행사가 반응이 좋을 경우 돝질산이 완충녹지대인 점 등을 감안해 앞으로도 개방의 폭과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삼성정밀화학의 지역민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필자는 지난 2001년 "산을 건드리면 우환이 생긴다"는 등 출처불명의 악성루머로 방치해두었던 정상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인 영빈관을 철거하고 돝질산 복원과 환경교육의 전망대로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주장을 해왔으니, 이번 조처에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의 보안상 어려운 점이 많음에도 불구, 개방을 결정하고 환경교육의 산실로 확대하겠다는 삼성정밀화학의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을 한다.

 울산을 감싸안은 아름다운 병풍의 한 자락, 40년 울산공업역사를 묵묵히 지켜 보아온 돝질산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www.wond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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