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여성개발원에 의뢰해 실시한 남녀고용차별 인식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남녀차별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잘 보여준다. 학교 졸업 시점을 기준으로 여성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차별 인식을 조사해 보니 졸업전에는 남녀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한 비율이 24.4% 정도였으나 실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비율이 40.1%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 근로자의 경우 "남녀차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성차별에 대한 남녀 근로자의 이같은 인식차는 바로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문화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것 아닐까.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여성부가 신설되는 등 2000년대 들어 여성문제에 일정 성과가 있었기는 하지만 한국 여성들은 미국 국무부가 국별인권실태보고서에서 지적한 바대로 21세기에도 여전히 법적·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물론 외형상으로 여성의 삶은 지난 30년간 큰 변화를 보여 교육과 취업부문의 경우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1970년 25.3%에서 2001년 67.3%, 여성임금근로자 비율은 28.6%에서 61.5%로 뛰었다. 그러나 이같이 여성의 사회진출률이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성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남성 근로자의 63% 수준이며 고용상태도 불안해 정부투자기관 여성인력의 69%가 임시·별정직 종사자라는 보고도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여성근로자의 혼인·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결혼퇴직"의 관행은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으니 한국 여성 앞에 놓인 성차별 벽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여성권한척도에서는 64개국중 61위를 차지해 피지나 스와질랜드와 다를 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성인권 후진국의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사회 실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요구된다. 우선 남녀차별금지법이 실질적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시정명령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양성평등 사회를 위해서는 관련법이나 제도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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