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1구간 화암추등대성내삼거리

울산 동남쪽 끝 화암추등대서 첫 발
전망대 오르면 산업수도 맥박 ‘꿈틀’
▲ 제1전망대에 올라서면 웅장한 조선단지와 울산항, 여천공업단지, 석유화학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울산어울길의 첫 구간은 울산 동남쪽 끝 화암추 등대에서 시작된다. 동해바다 푸른 파도 속에서 몸을 빼낸 어울길은 화암추등대를 이정표로 남기고 북쪽으로 능선여행을 시작한다.

화암추등대 왼쪽 울산항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등 크레인이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공장이 포진해 있다. 이렇듯 어울길의 출발점은 다소 어수선해 보이지만 그 어수선함 속에 질서와 역동이 살아 숨쉬고 있다.

화암추등대 꼭대기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거대한 산업단지와 공업항 등 역동하는 울산의 장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젊음의 맥박이 요동치는 산업수도 울산, 어울길은 그 속에서 느리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으며 푸른 여정을 시작한다.

화암추등대에서 공설화장장까지의 길은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다. 땡볕에, 아스팔트의 열기에 숨이 콱콱 막히지만 문현삼거리를 지나 울산공설화장장 옆 솔숲으로 들어서면 오아시스같은 솔향과 그늘이 반겨준다.

▲ 어울길 1구간은 길이 적당하고 호젓해 부부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로 잠시 들어가면 화정 천내봉수대. 해발 120m의 봉화산 정상에 위치한 이 봉수대는 울산만(灣)의 관문을 지키는 봉수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봉수대로, 가리산에서 봉수를 받아 주전 봉수대로 전했다고 한다. 흙으로 쌓은 지름 25m의 둥근 둑 안에 돌로 된 대(臺)를 쌓았다.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한 낮, 초롱꽃과 토끼풀이 곳곳에 피어 봉수대를 수놓고 있었다.

길은 다시 임도를 따라 방어진체육공원과 울산과학대 운동장 앞을 지난다. 여기서 15분 정도 그늘로 덮힌 호젓한 길을 따라 몇번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제1전망대다.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단지 울산의 면모는 제1전망대에서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웅장한 해양설비를 제작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와 배 위에 석유화학공장을 싣고 있는 현대미포조선, 항만을 가득 메운 유조선과 각종 선박들, 그리고 그 너머로 아득하게 끝없이 펼쳐진 석유화학단지들….

여기서 다시 25분쯤 가면 제2전망대가 나온다. 이 곳에서는 태화강과 맞닿은 울산항과 여천산업단지가 내려다 보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며 땀을 식힌다.

제2전망대에서 염포산 정상까지는 약 20분. 염포산 정상에서는 동해바다 쪽으로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대왕암공원을 배경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의 조선소답게 동구 해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산길은 염포산 정상에서 염포약수터 방면으로 이어져 있다. 약수터에서 길을 잡아 내려오면 SK주유소 옆을 통해 남목고갯길로 내려오게 된다. 다른 하산길도 있지만 제2구간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이 길로 내려오는 것이 낫다. 제1구간은 성내삼거리까지로,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걸음으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조망권=화암추등대·울산항·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성끝마을·석유화학단지

☞소요시간(총 2시간20분)=화암추등대~30분~문현삼거리~10분~공설화장장~5분~천내봉수대~10분~울산과학대입구(대굼멀재)~10분~입암골~5분~제1전망대~5분~쑥밭재~15분~큰골~5분~제2전망대~5분~체육시설삼거리~15분~염포산정상~20분~SK주유소~5분~성내삼거리

나무와 풀
바닷바람 불어 곰솔 자생
초롱꽃·고사리도 지천에

▲ 돈나무
제1구간은 곰솔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사방오리가 곳곳에 조림
▲ 토끼풀
돼 있다. 곰솔은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데, 이 구간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어서 다른 식물을 물리치고 자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사방오리는 3월말께 새 순을 돋아내면서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수종으로, 조림된 것으로 보아 산불이 난 곳임을 유추할 수 있다. 아카시와 때죽나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 초롱꽃

이밖에 1구간 등산로변에는 가로수로 왕벚나무와 이팝나무, 돈나무 등이 심어져 봄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 돼 있고, 무궁화와 매실 등도 중간중간에 보인다.

초본류로는 초롱꽃, 하늘타리, 으아리, 까치수염, 찔레, 고사리류 등이 지천으로 널려 산행객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글=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자문=이채욱 전 SK산악회장·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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