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도심 한가운데로 태화강이 관통하고 있다. 총 연장길이 41.5㎞로 약100여 리에 이르고, 유역면적만도 626㎢로 가히 범상치 않은 수준이다. 가지산, 고헌산 등에서 발원하는 남천을 본류로 하여 언양 범서 울산시내를 통과하여 울산만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는 중에 신화천, 대암천, 사연천 등의 지류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울산시의 농업 및 공업 용수원으로 그 용도를 다하고 있다.

 우선 이처럼 그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개관만 보더라도 태화강이 가지는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이 느끼는 태화강에 대한 감흥은 이러한 객관적인 제원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지금의 태화교 옆 당시 로얄호텔이 딛고 서있던 암벽 밑에는 언제나 한두 사람쯤은 낚시를 즐기고 있었고, 지금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지만 태화강이 바다와 만나기 전, 태화교 밑에서는 여름이면 물놀이에 심지어 목욕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줄기가 휘어져 굽이치는 강변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서있어 범상치 않은 신비감까지 느끼게 하였다.

 이제 그 모습은 많이 변해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의 정취를 떠올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도 하지만, 여전히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에게 넓은 휴식공간을 제공하며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런 태화강이 다시 한번 더 그 모습을 달리하려 한다. 울산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태화강 부근의 생태공원 조성계획 및 제방축조계획을 세워 두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후속절차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응은 참으로 반가운 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우선 현재 강변 연안 부지들은 제대로 그 용도를 구분하지 않은 채 농지와 택지 녹지 등이 혼재되어 있고, 이런 사정으로 그 주변은 몹시 어수선해 보이며 왠지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녹지 부분은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택지부분은 제방을 쌓아 이를 보호하자는 취지이니 무엇이 나쁜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특히 생태공원은 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면서 생태의 보호도 꾀할 수 있으니 일거 양득의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런 저런 저항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생태공원조성을 빌미로 연안부지 내부로 상당한 길이의 제방을 축조하고 그 이면에 택지를 조성하게 되니 갑자기 강변의 버려진 듯 방치되었던 땅들이 울산 최고급택지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생각지도 않았던 엄청난 재력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가지게 되었으니, 이런저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문제가 그 정도에서 그친다면 비록 배가 조금 아픈 것은 사실이나, ‘거 참 복 많은 사람이구나’하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홍수범람의 위험이다. 실제로 울산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 공학부 조홍제 교수팀이 이러한 위협에 대하여 연구를 한 바가 있고,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를 한 바가 있다. 제방축조 후에 10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할 경우에는 태화동과 무거동 다운동 일대는 홍수로 인한 침수피해를 피하기가 힘들 것이란 연구결과다. 결국 통계평균에 따른다면 100년 이내에는 한번쯤은 침수피해를 당할 것이란 이야기이고 보면, 근자의 이상기후로 인한 하절기 폭우가 만만치 않게 두려운 존재로 여겨진다.

 ‘가만히 두면 자연은 스스로 아름다워 진다’는 지적이 참으로 각별하게 느껴진다. 물론 연구결과가 현실화되는 비극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환경도 생각하면서 택지도 확보해야 하는 시의 입장이 납득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태화강이 이런 저런 개발로 심하게 훼손되어 이전의 모습을 많이 상실한 점을 감안하여 그 정책결정에 더 심사숙고하고 시민들의 의견청취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대나무 숲조차도 잘려 나가고 황량해진, 갑작스런 대도시의 형성으로 각박해진 시민의 마음을 달래줄 여유조차 상실한 태화강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애써주길 간곡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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