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여성주간 좌담회 ‘일과 가정의 양립’

◆토론자
김동필 한빛회계법인 공인회계사(시 가족친화기업 표창),
류준수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 엄순자 전 울산시간호사회장(울산대학교병원 간호차장),
정민자 울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
◆사회 : 박철종 경상일보 문화생활부장
◆일시·장소 : 7월23일 오후 4시, 경상일보 8층 회의실

경상일보와 울산시가 공동주관하는 ‘제15회 여성주간 기념 지상 좌담회’가 지난 23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 본사가 마련한 제15회 여성주간 기념 좌담회가 지난 23일 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올해 좌담회 주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일과 가정의 양립’.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보다 견고히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맞춰 올해 여성주간 기념 좌담회 역시 여성의 문제이자 곧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저출산’의 극복 방안은 물론 최우선적 해결과제인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집중 토론을 펼쳤다.

본보 박철종 문화생활부장의 사회로 각계각층에서 활동중인 4명의 패널이 제반 현황과 자신의 경험, 발전방향 등을 제시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 박철종 경상일보 문화생활부장

일-가정 조화는 오랜 사회적 화두
중요한 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듯
△박철종 문화생활부장=‘일과 가정의 양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지만, 또 그만큼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겠지요. 사회활동가로, 전문직 종사자로, 워킹맘으로서 1인3역을 담당해 온 분의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박철종 문화생활부장=‘일과 가정의 양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지만, 또 그만큼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증이겠지요. 사회활동가로, 전문직 종사자로, 워킹맘으로서 1인3역을 담당해 온 분의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육아휴직이나 탄력근무제 있어도
고용 불이익 등 우려로 사용 못해

▲ 엄순자 전 울산시간호사회장


△엄순자 전 울산시간호사회장=많은 여성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육아문제, 자기계발시간 부족, 가중한 가사업무 등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우리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구축해 가기란 제도적이든 그 밖의 지원이든 주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육아문제만큼은 정말 예측할 수도 없는 일들이 도처에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 지난 일들이라 가끔씩 후배 워킹맘들에게 웃으면서 경험담을 얘기하곤 합니다만, 당시의 당혹스럽고 가슴 아픈 기억들을 생각하면 후배 워킹맘들에게 더 잘 해주고 싶고, 많은 배려를 하면서 같은 직장동료들도 함께 해 주어야 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합니다. 눈치를 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임신 사실을 알려오는 후배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정말 안타깝지요. 3교대 근무를 하는 병원 현장의 간호사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여성보호법상 밤 근무를 하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받을 수가 있는데 본인이 근무를 하지 않으면 같은 주위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슴앓이를 하지 않고 당당한 워킹맘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우리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지원 시스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워킹맘들이 ‘아이돌보미 사업’에 관심이 높습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 못지않게 돌보미에 대한 신뢰를 만족시켜 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맞벌이부부 등 아이돌보미 큰 호응
모니터링 통해 신뢰도 지속 점검

▲ 정민자 울산시 건강가정지원센터장

△정민자 울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아이돌보미사업은 제가 연구책임자로서 2005년 여성부의 ‘가정내 양육지원방안에 관한 연구’를 기초로 하여 제안된 사업입니다. 2006년 울산과 천안의 시범사업으로 출발했고, 요즘은 전국 시·군·구까지 자녀보육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긴급 또는 일시 자녀양육 서비스제도입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매달 5000여건을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주로 맞벌이 가족과 한부모 가족이 주를 이루고 다문화가정, 비취업가족도 자녀양육의 부담과 어려움 때문에 주로 이용하죠.

요즘은 송영서비스가 부쩍 늘어났어요. 맞벌이 엄마들이 자녀를 학교나 보육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성폭행 등의 자녀보호안심망이 없으니 자연히 아이 돌보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상반기에 오전 6~9시, 오후 5~9시 이용률이 급격하게 올랐죠. 이렇듯 맞벌이 가정의 자녀양육 지원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이야깁니다.

돌보미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교육과 모니터링, 현장방문 등 지속적으로 체크를 합니다. 보다 큰 문제는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죠. 이용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지원이 보다 보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아이돌보미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최근 개발 운영되는 것으로 압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울산시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일반 기업체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경력단절 여성 취업 서비스 필요
기업 가족친화-경영 저극 동참을

▲ 류준수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

△류준수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취업 여성의 가사, 보육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국공립 및 민간 가정보육 시설 669개소에 연간 652억원의 예산을 지원합니다. 앞서 제시된 아이돌보미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아동양육 및 학습돌모미 사업을 통해 400여명의 경력단절 여성들에겐 일자리를, 또한 저소득 맞벌이가정에는 자녀지도와 안전보호에 대한 부담과 걱정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여성에 대한 지원에 앞서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게도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지난해부터 운영중이며, 지역 경제구조에 부합하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을 위해 출산 휴가나 휴직을 보장하고, 직장 보육시설 및 여성전용 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간제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희망자를 모집하는 등 타 기관이나 기업체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다소 비용이 드는 문제도 있겠지만, 종사원은 가족이라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많이 벤치마킹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지난해 시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표창을 받으신 기업체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를 보는 시각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주부사원들 성실하고 애사심 강해
노련한 업무처리 고객만족도 높여

▲ 김동필 한빛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김동필 한빛회계법인 공인회계사=법인의 성격상 여성직원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력단절 주부들을 집중적으로 채용하게 된 것이죠. 조직 내의 불만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 분들의 직생생활 정착을 돕고, 기존 직원들과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 주효했나 봅니다.

주부 사원들을 뽑으면서 느끼는 점이 있는데요. 우선 근무태도가 성실하고 겸손합니다. 직장에 대한 애사심이나 일에 대한 보람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해당 직원의 장기근속으로 이어지고, 노련한 업무처리는 곧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게 됩니다.

이 분들이 회사업무에 올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는 큰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죠. 일괄 휴가처리보다는 휴가기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족여행에는 일정 경비를 꼭 지원하지요. 출퇴근시간을 조금씩만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든가, 가정의 경조사나 자녀가 다쳐서 학교에 급하게 가야 할 때 여성 근로자들이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회사로서는 큰 이득을 보게 되는 결과를 낳았죠. 낮 근무시간에 잠깐 개인업무를 본다든가, 아침에 조금 늦게 나오는 직원들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야근을 하면서 업무를 꼭 마무리해 놓았습니다. 근로자들의 지성을 믿고 그들이 스스로 따르게끔 만드는 CEO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민자 센터장=저출산 해결을 위해 그동안 국가가 집중해온 것은 양육 문제였죠. 하지만 일터의 상황이 가정을 영위하는 것을 받쳐주지 않으면 뭘 해도 안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 같아요.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일본의 저출산정책이 실패한 원인도 사실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소홀했던 것이죠.

‘일하는 아빠’가 한때는 최고였지만, 요즘은 ‘함께하는 아빠’가 대세죠. 일과 가정의 양립은 곧 가족친화제도로 이뤄집니다. 여성들을 위한 지원 뿐 아니라 부모 즉 남녀 모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해야 효과가 있지요. 산업수도인 울산은 이를 대대적으로 이용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정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가는지를 보고 배우는 기회를 주고 체험하게 해 주어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지요. 최근 연구자료에서 보면 10대 청소년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위험수준에 가깝습니다. 저출산 극복은 이러한 베이스를 개선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중소기업관리공단 및 상공회의소 등 관과 재계가 간담회를 자주 열어 이같은 의견들을 교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오늘의 주제인 저출산 극복과 일과 가정의 양립방안을 위한 못 다한 의견과 사업계획 등으로 이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엄순자 전 회장=일과 가정의 양립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정부나 각 기업들이 일과 가정 양립제도 마련에 예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두 요소간 균형찾기가 쉽지만은 않지요. 육아휴직, 근무유연제도만 보아도 그렇고요. 제도적으로 보장을 하고 있지만,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상당합니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고학년 자녀를 둔 주변 워킹맘들의 말을 빌리자면, 자녀들로부터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애쓰는 개개인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류준수 과장=사실 ‘저출산 극복’ ‘일과 가정의 양립’ 등의 문제가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요. 각계각층의 지원과 연계가 중요한 일입니다. 범사회적 추진기구인 ‘아이낳기좋은세상 울산운동본부’가 그런 의미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40여개 기관단체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낸다면, 보다 구체적인 실용방안이 모아지고, 보다 큰 그림이 그려질 수 있으니까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늘리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사회동력으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시에서도 적극 협조해 나갈 것입니다.

△정민자 센터장=공동육아를 위한 가족품앗이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 센터에서 여성가족부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울산 자녀육지원 나눔터’가 8월중 개소할 예정입니다. 이는 자녀를 같이 키우자는 운동으로 자녀놀이 공간과 어머니 대화방, 상담교육실, 장난감 놀이실 등 일종의 육아 정보나눔터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양육으로 인한 우울증, 양육 스트레스가 있고 정보부족으로 힘들어 하는데, 일부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4개소 정도로 출발할 계획입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동마다 이러한 육아나눔터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러한 육아방이 엄마들의 차후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개발하겠습니다.

△김동필 회계사=‘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말은 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인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적적 인센티브는 사실 기업으로서는 큰 메리트가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들을 이끄는데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제 경험입니다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지원으로 여성 고용이나 취업을 늘리면 결과적으로 기업이윤 또한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을 CEO들이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절로 이뤄질 테니까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추진할 수 있는 사내지원 및 복지제도도 차별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내 보육시설 설립지원제도는 사실 중소기업으로서는 그림의 떡이지 않습니까. 근로자들의 출산휴가 기간을 늘려준다든가, 경비보조금을 인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탄력적인 운영이 절실합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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