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시인" 김성춘씨가 9번째 시집 〈수평선에게 전화를 걸다〉를 시와반시사에서 펴냈다.

 〈방어진 시편〉, 〈섬비망록〉, 〈바다와의 동행〉 등 줄곧 바다를 노래해온 그는 기어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바다가 되었다.

 "지상의 모든 슬픔, 모든 기쁨/ 다 받아들인다고 바다인가./ 텅빈 바다 앞에서 마음 비웠단 말 삼가라/ 제 살 깎는 갯바위 앞에서/ 삶이 외롭단 말 삼가라."(〈샤콘느·2-정자, 흰바다〉 일부)

 바다에 면한 부산과 울산에서 살아왔고 음악교사로 평생을 보낸 김성춘시인은 "체질적, 감성적으로 바다와 닿아 있다"며 "바다는 아름다움이고 슬픔이며, 그래서 바다는 바흐이고 삶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바다를 듣기도 한다. "초침과 초침 사이에 깊은 바다가 산다./ 사람들은 날마다 그 바다를 듣는다"(〈황씨의 노래·2-시간·2〉 일부)고 하는가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바다를 듣는다."(〈"-시간·3〉 일부)고도 한다.

 시인 오규원씨는 책 말미에 실은 평을 통해 "김성춘은 바다를 보지 않고 바다를 듣고 있다"며 "그것도 바람의 몸인 풍랑의 소리를 듣거나 물의 몸인 파도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바다 그 자체를 듣는다"고 말하고 있다.

 시가 짧아진 것도 이번 시집의 특징이다. 사유가 더욱 깊어진 것이다. 어느새 환갑에 이른 나이 탓이라고 그는 말했다. 삶은 비극이라고 덧붙인다.

 "날마다 허공에다 길을 닦고 있다.// 길없는 허공,/ 생이,/ 가슴 두근거리며.// 거미 한마리,/ 필사적으로 허공을 닦고 있다./ 자기 알몸이 허공인 줄도 모르고."(〈거미〉 전문)

 그러나 일상에서 만나는 그의 생활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삶은 슬픔이지만 현실은 "걷지 않으면 절벽"이기 때문인가.

 "걷지 않으면 절벽이다.// 허공이라도 껴안고/ 눈 바람 속을 젖은 신발 신고/ 몽돌과 함께 흰살 부비며/ 걸어가야 한다.// 오늘도 왼종일 서서 걷는다."(〈波濤〉 전문)

 김성춘시인은 74년 심상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고 9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무룡고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국제펜클럽 울산펜 회장을 맡고 있다.

 오는 3월7일 오후 7시 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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