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은 서울 한강과 더불어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면서 울산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강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울산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작든 크든 강과 관련된 추억이나 사연 한 두가지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나룻배로 강남·북을 오고 가던 시절부터 9개 크고 작은 교량이 남·북을 연결하고 있는 지금까지 태화강은 울산사람들의 생활터전 그 자체인 셈이다.

 또 태화강은 1962년 1월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된 발전과 변화를 함께 해온 "산증인"이기도 하다.

 울산은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크게 강남과 강북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90년대를 기점으로 울산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갔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시내"라고 하면 현대백화점 성남점(옛 주리원백화점) 인근의 성남동이나 울산역이 위치했던 옥교동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현대백화점 삼산점, 롯데백화점 울산점 등과 주거지역이 강남에 들어서면서 삼산·달동지역이 새로운 "시내"로 떠오르게 됐다. 행정과 금융의 중심지도 울산시청을 중심으로 강남지역에 대부분 포진하고 있다.

 #강북지역

 강북지역은 대부분 울산시 중구와 북구에 해당된다. 하지만 북구는 동천강과 다소 연관이 있을 뿐 태화강과는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다. 태화강도 명촌교 방사보를 지나면서부터는 강이라기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동구도 태화강과는 무관한 편이다.

 중구의 인구 수는 1984년 18만3천여명이었으나 10년이 지난 1994년에는 10만명이 늘어난 28만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로부터 또 10년이 지난 현재 인구는 5만명 가량 줄어 든 23만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인구수의 변화는 상권의 번성과 침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북지역에서 가장 먼저 태화강과 만나는 곳이 다운동이다. 최근들어 주택지와 아파트가 급속히 들어서면서 인구수가 3만2천명에 달해 2003년 현재 중구에서 가장 인구밀도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인접한 태화동도 90년대 초반 4만여명으로 밀집지역에 속했으나 지금은 2만6천여명으로 다소 감소하면서 다운동 뒤를 잇고 있다. 태화동은 중구지역에서는 태화강과 가장 밀접한 지역이다. 태화강 둔치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체육시설과 십리대숲의 명맥을 잇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태화강물이 넘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이 태화들이다. 개발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태화강변을 따라 불고기단지가 조성돼 중구상권의 활성화 선두주자로 꼽혔으나 최근들어 다시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우정동은 옛 시가지 관문지역으로 시외버스터미널과 우정시장을 중심으로 한 때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였으나 터미널의 이전 뒤 저소득층과 점술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했다. 최근 선경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빈부격차가 심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전 지역이 상가를 형성하고 있는 성남동은 옛 시가지의 중심부에 해당된다. 뒷편으로 주택지역인 교동과 맞닿아 있지만 도로가 옛 골목길 그대로다.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시작해, 지금은 상권의 대부분을 강남지역에 내준 상태다. 애견거리 등 새로운 테마로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옥교동도 열악한 도로 환경 탓에 성남동보다 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학성동을 거친 태화강은 반구동에서 동천강을 만난다. 접목지점에는 조수집단도래지로 지정돼 있다. 반구동은 강남지역과 학성교로 연결되는 동시에 북구와도 이어지는 교통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중구는 전체적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상권의 회복을 위해 번영로와 명륜로간 2㎞ 구간을 관통하는 신간선도로 개설공사를 지난해 착공해 오는 2006년 완공 계획으로 추진 하는 등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강남지역

 강남지역은 80년대 이전만 해도 그저 뻘밭에 불과하던 곳이었지만 1985년 남구청이 개청되면서 본격적으로 주거지역과 유흥지역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자가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계획 도시 기반시설이 빛을 보기 시작해 삼산·달동지역의 발전은 더욱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강남지역은 울산시 남구가 대부분이다. 울주군은 남구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강남지역은 1984년까지만 해도 울산시청과 공업탑의 신정동을 중심으로 인구 수가 18만명에 불과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북지역과 인구 수가 엇비슷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0여년이 지나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께는 인구 수가 완전히 역전 현상을 보였다. 31만7천명으로 10여년만에 거의 두배에 이를 정도로 급팽창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02년말에는 34만7천명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삼산동 인구 수가 4만여명으로 울산지역을 통털어 가장 밀집지역으로 부각됐다.

 삼산동은 태화강을 따라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과 유통·유흥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삼산 본동지역의 구획정리사업까지 완료되면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강남의 성남동에 이어 울산의 최고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호로 일컬어지는 무거동도 울산대학교를 중심으로 단위 아파트가 들어서 신주거지역으로 변모했다.

 강남지역 상권도 신·구상권으로 나눠진다. 신정동을 중심으로 한 구상권과 삼산·달동의 신상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번성을 구가하는 신상권에 비해 구상권은 교통문제로 강북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태화강의 모습도 변했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던 모래톱과 강둑이 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직선으로 되거나 강둑이 시멘트로 덮였다. 강물이 직선으로 흐르면서 모래톱도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둔치도 매끈하게 다듬어 졌다. 자연스럼움이 사라진 태화강의 모습 만큼 울산사람들의 인심에도 사람냄새가 줄어 들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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