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저출산 해법, 가족친화기업
일자리 협약 등 여성 채용 15% 유지
보육센터·가족 교육프로그램 운영
조선CAD·용접 등 직업훈련도 실시

아이도 갖고 일도 하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도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우리나라 남성 중심 기업문화에 상당부분 그 이유를 두고 있다. 여성의 경력이 유지되고, 미래의 재산인 아이들도 잘 키워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란다면, 여성친화 기업문화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

◇여성친화 기업문화가 답이다

여성 및 가족문제 전문가 중앙대 김효선 교수는 “근로자가 출산·양육 등의 가족문제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되며 스트레스 감소로 인한 가정생활의 만족은 기업에 대한 충성심으로 발전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①여성부와 현대중공업의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 협약식. 박맹우 울산시장과 변도윤 전 여성부 장관, 최길선 현대중공업 전 사장, 오종쇄 노조위원장(왼쪽부터)이 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②현대중공업을 방문한 변도윤 전 여성부 장관이 용접공으로 장기근속해 온 여성근로자를 만나고 있다.

여성친화 기업문화는 개인의 생산력 증대가 기업의 이윤창출로 연결 돼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8년 국내 12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여성 친화적 프로그램 수와 1인 당 생산성·연평균 이직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한 연구결과(한양대 유규창 교수)에 따르면 프로그램 1개를 추가 도입할 때마다 근로자 1인당 연매출액이 103만원씩 증가하고 연간 이직률은 0.9%P씩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여성인력 활용에 가장 큰 애로로 ‘결혼·출산·육아로 인한 업무 단절에서 오는 생산성 저하’라고 꼽는 그 동안의 관행적 인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다.

◇여성을 키워 기업이미지를 높이다

이같은 사회적 인식변화의 흐름을 타고 울산에도 여성 및 가족친화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여성친화기업 정부 인증에다 여성일자리제공 업무협약까지 맺는 등 여성취업에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 현대중공업 작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들. ‘하늘 여장부’ 3인방으로 불리며 크레인 기사로 일한다.

현대중공업 여성근로자는 전체 임직원 4만7000여명(사내 협력사 포함)중 3700여명으로, 전체의 7.8%(2008년도 기준)를 차지한다. 대졸공채 기준으로 여성 근로자를 따지면 2000년대 초반까지 10%가 채 안됐다. 애초 12%를 목표로 세웠지만 업무의 특성상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2002년도에는 대졸여성만을 대상으로 20명 정도를 더 채용하는 파격기용을 실시했고, 이후 최근에는 15% 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선박설계를 지원하는 사외 협력회사 직원으로는 전체 569명 중 30%를 웃도는 180여명이 여성이다. 단순 행정직종에 집중됐던 여성근로자 비율은 점차 설계 및 현장요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같은 직종 변화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데 뜻을 함께하며 여사원에 대한 복지환경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모성보호제도를 통해 출산전·후 여성근로자들을 위해 근로시간단축제 및 산전·후 휴가제를 실시하는 한편 여성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육문제 또한 직장보육센터를 통해 해결하려 노력한다.

◇여성친화기업조성 및 여성일자리제공

현대중공업은 여성부와 ‘여성친화 기업문화 확산’을 협약한데 이어 울산시와는 ‘여성일자리제공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은 당시 변도윤 여성부 장관과 함께 ‘여성친화기업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식은 여성 인재의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기업문화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 및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상호 협조하자는 내용이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여성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 유휴인력을 노동시장으로 유도하자는 취지였고 현대중공업은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과 여성 인재 육성에 노력하고 모성보호와 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여성들의 직업능력 개발과 취업을 위해 울산시와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 여성들에게 조선CAD 및 용접 등의 직업 훈련을 실시, 자사 및 협력사 등에 여성근로자 채용을 알선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남성중심의 기업이미지로 알려진 현대중공업이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여성고용을 늘리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거듭나겠다고 세상에 선포한데 큰 의미가 있다. 항공사 및 제약회사 등 기존 여성인력들이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기업과는 사뭇 그 의미가 다르다.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뿐아니라 양성평등의 세상, 여성성의 시대인 21세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여성친화를 너머 가족친화개념으로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따른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근로자들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다.

현대중공업에서 사원의 개념은 사원을 넘어 사원 가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편안하고 안정된 가정이 반석이 되었을 때 회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우 가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가족친화경영’으로 근로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지지까지 얻어내고 있다.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가장 먼저 실시된 현대주부대학은 ‘배우는 아내, 사랑의 엄마, 알뜰한 주부’라는 교훈 아래 1990년에 신입생 100명으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1만 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요즘은 사우 부인은 물론 지역사회 주부들에게까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1년에 한 차례 3개월 과정의 교육기간 동안 일반교양, 가정관리, 문화체험, 지역사회의 이해 등을 배우며 졸업 후에도 현대주부대학 수강생들은 문화회, 탁구회, 유적사랑회, 컴퓨터동호회 등 9개 동아리 활동과 불우이웃을 위한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건전한 여가 활용의 기회를 갖고 있다.

한마음 청운대학은 1992년에 정원 90명의 4년제 노인대학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기존의 4년제에서 2년제로 변경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00여명의 노인대학생을 배출했다. 사우 부모 등 지역 어르신들의 의욕적인 삶과 보람된 인생을 위해 건강관리법, 구연동화 지도, 생활영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부인과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사우 자녀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해왔으며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 변화를 줌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중에 실시되는 자녀 대상 프로그램인 한마음캠프는 접수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1994년 여름방학, 양산 청소년 수련대회에서 1박 2일의 일정으로 실시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0명 내외의 학생들이 캠프를 다녀왔다.

2007년 1월에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인 영어캠프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여 주입식 영어교육이 아닌 실생활과 놀이를 접목시킨 영어 프로그램으로 자녀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사우들의 교육문제까지 함께 고민하는 기업으로 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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