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해돋이 여행을 가족과 함께 떠났다. 동해안을 끼고 도는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를 달리며 모처럼 헤어져 생활하는 우리 가족은 서로의 안부와 관심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임오년 마지막 해가 질 무렵, 작은 딸이 피곤하다며 빨리 휴식처로 갈 것을 요구한다. 큰 딸은 인터넷에 소개된 품위 있는 곳에 머물기를 원하고, 엄마는 값싸고 따뜻한 방을 원한다. 아빠인 나는 좀더 강행군을 하여 온천이 있는 덕구에서 휴식 할 것을 고집한다. 막내아들은 지켜보고 있다.

 순식간에 엉망이 된 분위기. 아내는 질타한다. 남편의 무계획한 여행과 무능을. 혼란스럽다.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통솔력은 찾아 볼 수 없다. 기분이 말이 아니다. 큰 딸이 나서서 중재하여 평온을 다소 찾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여장을 풀었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로의 주장이 너무 강하다. ‘왜 이렇지?’. 서로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기 때문인가. 미래학자가 이야기하는 세대간 갈등, 부모자식간 갈등, 부부간 갈등인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의 삶 안에도 너무 짧은 시간에 겪은 너무 많은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방향 감각 상실과 스트레스 때문일까. 이런 갈등은 삶의 가속적 변화에 대한 반응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했다.

 작금의 인터넷 세대의 혼란은 내가 보기에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산업 사회는 대량 생산 사회로 규격화, 전문화, 동시화, 집중화, 중앙집권화의 특징을 갖고 관료적이면서 수직개념적이고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사회였다.

 매스미디어의 다양화, 다품종 소량생산, 자유근무제, 생산소비자, 새로운 양상들이 보편화되는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고 위계질서는 사라졌다. 더욱이 민주화된 사회라 하니 갈등이 더욱 커진다.

 변화의 물결과 물결들이 충돌해서 일어나는 격류는 직업과 가정생활, 성문화, 윤리관 등에 그대로 반영된다. 정보화 시대가 혼돈과 무질서로만 비쳐지는 것이 나만의 기우일까. 새로운 문명에 대한 새 질서가 빨리 정립되어 다변화되면서도 모두가 함께하는 도덕성까지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기억한다. 이 땅에 정치혁명을 일으킨 젊은 세대들을. 이제는 세력화된 정치적 존재로서 청소년의 위상을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뿌리깊은 장유유서를 극복하고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입시 위주의 제도를 바꾸고 그들만의 문화공간, 쉴 시간, 다양한 프로그램에 정보체계까지 이 모든 것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단체, 청소년 시설단체 등이 구태를 벗고 좀 더 참신한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의견을 듣고, 대화하고, 조율하면서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또 소외된 청소년 가족도 생각하자. PC방, 쉼터를 전전하면서 젊음을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쉼터, 대안학교, 직업훈련 등 청소년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청소년 복지에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들이 지구촌의 주인공이 되게 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노력과 관심이 우리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고 희망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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