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중국 세 나라가 베이징에서 다음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을 갖는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은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긴장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안도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배제에 관한 불쾌감, 그리고 한국 없는 결정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물론 한국 배제로 인한 불쾌감과 우려 때문에 대화의 시작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

 3자회담의 긍정적 면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과 북한이 처음으로 타협의 자세를 보인 결과 이 회담이 성사되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그동안 각기 선 핵포기, 선 불가침 조약 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극한 대립을 계속해 왔고 회담의 범위에 대해서도 다자니, 양자니 하는 싸움을 계속해 왔다. 이 상황에서 "변형 직접회담"과 "변형 다자회담" 양쪽으로 모두 해석할 수 있는 회담의 형태에 합의한 것은 협상의 기본인 타협의 자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한편으로 다자회담에서 한국이 배제된 것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북핵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그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권안에 있는 만큼 이 문제해결을 두 나라에게만 맡기는 것이 가당치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바로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 3원칙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화의 필요성 때문에 시작 단계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 할지라도 그 이후에는 반드시 참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태도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양보다 실질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새삼스럽게 우리가 끼어 들겠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다자회담에 한국의 참여를 거부할 경우 3자회담 중단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3자회담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우리의 참여를 관철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다자회의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단지 자존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우리측 방안을 제시해 회담이 바른 방향을 잡도록 해야 하고 결국 우리가 평화를 사기위해 경제적 부담을 안게되더라도 그 효과를 보장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회담 참여 없는 주도적 역할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어렵게 성사된 대화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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