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부산시내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러시아인 총기피격사건은 우리나라도 이제 총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실의 폐쇄회로 TV에 녹화된 범행당시 상황은 마피아를 소재로 한 외국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기도 하다. 경찰 수사결과 이번 사건이 실제로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경찰이 수거한 총기에는 모두 소음기가 달려 있었고 한 정은 러시아 군용인 7.62구경 바이칼 권총이며 다른 한 정은 제조처가 불분명한 사제 조립형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군인들이 사용하는 총이 버젓이 국내에 반입돼 범죄에 사용 됐으니 시민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물론 그동안 총기를 사용한 범죄나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간인이 군부대에 침입해 총기를 탈취하거나, 총기를 휴대한 군인이 탈영을 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러시아제 군용총기가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총기반입과 유통경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감시·감독이 요구되는 일이라 하겠다. 러시아 선원들이 갖고 온 총기가 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소문도 오래전 일이다. 실제로 러시아인들의 밀집지역인 부산역앞 텍사스 촌이나 자갈치 등지에서는 러시아선원들이 반입한 군용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총기도 2백달러에서 3백달러만 주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돌기도 한다. 이미 총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부산이 러시아 범죄조직의 활동무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 셈이다. 총격을 받아 숨진 러시아인은 현지 마피아와 이권다툼을 벌이다 부산으로 도망쳐 아파트에서 숨어 지냈으며 다른 한명은 이 사람의 보디가드라는 사실이 증명해 준다. 이들은 또 위조여권으로 국내에 들어와 오랫동안 도피생활을 해왔다 하니 러시아 범죄조직원들의 불법 출입국이 그동안 빈번했음을 짐작케 하는 일이다. 선원을 가장한 해외 범죄집단의 출입국을 철저하게 단속 하기가 어렵다는게 현지 당국의 하소연이고 보면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 범죄조직원들이 한국 땅에서 활개치는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보호는 당연한 것이고 국제적인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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