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3자회담을 눈앞에 두고 북측이 핵재처리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공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외무성의 이런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측은 지난해말 국제감시하에 놓여있던 영변 원자로폐연료봉 봉인을 뜯은데 이어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겨져온 플루토늄 추출작업을 실제 진행중임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측의 발표는 진위여부와는 별도로 일단 다각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같다. 미국에 대한 핵재처리 사실 통보를 시사함으로써 한미양국간 틈새 벌리기를 시도하면서 베이징 3자회담도 기본적으로는 북미 직접 담판의 틀로 간주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발표내용 자체가 정교하게 계산된 인상을 주는 점으로 미루어 단순히 즉흥적인 폭탄선언은 아닌 듯하다. 특히 "북한의발표를 사실로 봐야할 것"이라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언급이나 북측이 베이징 3자회담 직후인 오는 27~29일 평양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전격 제의해온 사실은 북측발표가 면밀하게 계산된 일련의 수순의 일환임을 짐작케하고 있다.

 어쨌거나 북측의 발표가 한반도의 유동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측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대응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변 핵연료봉 8천여개의 재처리 작업이 실제 어느 단계인지에 대한 확인작업이라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북한 외무성의 이번 발표는 3자회담에서 체제보장 등에 관한 미측의 확약이 미흡할 경우 곧바로 핵보유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위협으로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에 대해 핵계획의 완전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맞물려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북핵사태가 평화적으로 타결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기본입장을 북-미는 물론 국제사회에 재차 주지시키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핵사태가 3자회담의 무산 등 예기치못한 방향으로 더욱 꼬여가지 않도록 주변국과의 긴밀한 정보교환 및 협의체제 유지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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