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무지개축제에서 모범 다문화가정에 선정된 정용현씨와 응웬티홍 부부. 정씨가 아내에게 비빔밥 한 숟갈을 건네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 만큼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부부가 있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서로의 얼굴만 보면 미안해 한다. 남편은 자신을 따라 머나먼 나라로 떠나온 아내가 안스럽고, 아내는 몸이 아파 남편에게 의지했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단다.

올해로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정용현(44)·응웬티홍(32)부부. 한국-베트남가족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주위의 다문화가정 가족들에게 늘 친형같고 친누나같은 존재다.

둘은 지난 2007년 베트남에서 만났다. “왠지 나를 닮은 듯한 얼굴에 반했고, 마음 씀씀이에 다시 한 번 반했다”는 정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부부가 닮으면 잘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늘 정씨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첫 만남 당시 실패한 사랑으로 지쳐있던 정씨를 보고 아내 응웬티홍씨는 “어디가 아픈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고 종종 회고한다.

모든 것은 순조로워보였다. 정씨의 가족은 새 식구를 진심으로 반겼고, 아내는 제2의 고향에서 아내로서, 모임의 리더로서 바쁜 생활을 시작했다. 적어도, 결혼 1주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아내가 뇌출혈 증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뇌출혈 증세가 있더라구요. 아내와 상의한 끝에 치료차 고향 베트남으로 가기로 했죠. 그런데….”

정씨는 지금도 2008년 9월 3일을 또렷히 기억한다. 다음날 비행기로 귀향을 앞둔 아내는 3일 새벽에 갑자기 쓰러져버렸다. 심장판막 이상에 따른 뇌출혈. 응웬트홍씨는 곧바로 인공판막 수술에 들어갔고 정씨는 일생에서 가장 간절한 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에 베트남을 향하던 당시에도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그때는 ‘이 사람을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다시 한 번 빌게됐죠. 아내가 투병을 무사히 마치고 곁에 있는 것을 보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요현·응웬티홍 부부의 바람은 단 두 가지다.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지금이 계속됐으면 하는 것. 그리고 세상 어디선가 불화를 겪고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다문화가정이 행복해지는 것. 소박하지만 진심이 듬뿍 담긴 바람이다. 김성수기자 kss@ksilbo.co.kr

본보는 온정과 희망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를 지향하며 2004년 부터 ‘나눔울산’이란 사회복지 캠페인을 연재해오고 있으며, 이번에 ‘햇살’을 신설했습니다. ‘햇살’은 우리 사회의 미담, 봉사 등 훈훈하고 꿋꿋한 삶의 이야기를 싣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제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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