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인 기사를 꿈꾸는 북한이탈주민인 오연정씨가 관련 자격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영화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목표의 종착역은 꿈을 들어올리는 크레인 기사입니다.”

남성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크레인 기사를 꿈꾸는 탈북여성 오연정(39)씨. 추석명절이 끝난 직후인 지난 24일 울산시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환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정말 크레인 기사를 꿈꾸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천장크레인운전기능사와 지게차운전기능사, 로더운전기능사, 기중기운전기능사 등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한 국가기술자격증이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약 2년여에 걸쳐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오연정씨는 의협심이 강한데다 곰살맞고 건전한 사고관을 가졌다. 책임감도 강해 밤을 새워서라도 맡은 일을 마무리짓는 성격”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행정안전부 소속 이북5도위원회 신언철 울산사무소장의 설명 그대로였다.

오씨는 지난 2004년 남한으로 건너온 직후 하나원에서 적응교육을 받다가 포클레인을 보고 중장비 기사의 꿈을 키웠다. 2005년 초 운좋게 한 업체에 크레인 기사로 취업,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그러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약 2년간의 크레인 기사의 꿈을 잠시 접고 간병에만 전념했다. 이후 전문자격을 갖춰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오씨는 중장비학원을 찾았고, 관련 자격증 4개를 취득하고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취업이 확정, 안전·소방교육 이수 및 사내 출입증을 발급받고도 입사가 취소되는 등 세상은 녹록치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한 해 동안만 편도선, 유방종양, 자궁경부암 등으로 수술만 세차례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내년부터는 다시 최종목표인 크레인 기사에 도전할 예정이다.

A부터 F학점까지 받아본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08학번 학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의 꿈도 키웠다는 오씨. 지난 2008년 영화배우 차인표 주연의 ‘크로싱’에 단역배우로, 앞서 지난 2007년에는 탈북자의 삶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몸이 회복되는 대로 크레인이 있는 회사라면 어느 곳이라도 무작정 찾아갈 생각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크레인 운전을 잘 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일할 곳도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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