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선진국가를 탐구하다 -프랑스
매년 410억유로 가량 출산·육아 지원
난임치료·임신기간 진료비 전액 무료
미혼모·동거 등 혼외가정도 혜택 동등

▲ 아이의 시각에서 엄마의 임신과 출산으로 새로운 가족이 한사람 더 늘어나는 과정을 코미디하게 그려 낸 프랑스 영화 ‘꼬마 니콜라’(2009)의 한 장면.

1960년대 이후 성(性) 해방운동이 퍼지면서 프랑스도 극심한 출산기피 풍조에 시달려야 했다.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 1993년 1.66명까지 떨어지자 정부는 이대로 가다간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특단의 출산장려 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10여년 이상 지속적인 가족정책을 펼치며 국가재원의 상당부분을 출산회복에 투자하는 프랑스는 확실히 달라졌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 발표에 따르면 2010년 1월1일 기준, 프랑스 전체 인구는 2009년 한 해 동안 34만6000명이 증가한 6470만 명이며, 출산율은 지난 2008년에 비해 0.01명 하락한 1.9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내에서 최고치를 최근 수년 간 유지하는 중이다.

□정부가 일궈 낸 ‘제2의 베이비 붐’

프랑스 정부가 제안한 출산장려 정책은 단기적 처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인구 정책의 테두리에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이뤄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정부는 총리와 관련부처 장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회의를 해마다 열고 있다. 최근엔 기존의 출산장려 정책을 한 곳으로 묶은 유아환영정책(PAJE)을 마련했다.

집요하고, 연속성 있는 출산장려 정책을 펼친 결과 출산율은 1996년을 고비로 상승세로 다시 돌아섰다. 출산율은 2004년 1.92명, 2005년 1.94명에 이어 2006년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

2006년 한 해동안 프랑스에서는 83만900명의 아기가 태어나 전년도 대비 2.9% 증가했으며, 합계 출산율(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수)이 ‘마(摩)의 장벽’으로 불리던 2.0명을 기록하며 ‘제2의 베이비 붐’을 이끌어 냈다. 국가의 일관된 정책이 출산율을 기적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양육 책임은 국가가 맡는다
프랑스 정부는 부부가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가 양육, 그 중에서도 경제적인 부담에 있다고 보고 엄청난 양의 돈을 쓰고 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해마다 410억 유로(55조5400억 원)로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3%에 이른다. GDP의 0.4% 수준인 3조7600억 원만 가족지원 정책에 쓰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 돈의 대부분은 아이를 가진 부부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 혜택은 임신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임신 6개월 이상인 산모는 모든 치료와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임신 7개월이 되면 800유로(100만8000원)가 통장으로 입금된다. ‘아이 때문에 고생한다’는 일종의 격려금이다.

출산휴가는 아이를 낳기 전 6주, 낳은 뒤 10주간 쓸 수 있다. 이 기간에는 출산 직전 봉급의 84%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36개월간 국가가 512유로를 주는 육아휴가를 사용하면 된다.

주머니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지 못한 이들을 위한 특별혜택도 있다. 월소득이 4120유로(558만1000원)가 안 되는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3세가 될 때까지 매달 160유로(21만6000원)가 주어진다. 아이를 가진 프랑스 가정의 80%가 이 혜택을 받고 있다. 부자를 빼곤 모두에게 주어지는 대책인 셈이다.

▲ 사진은 서울 서래마을 프랑스 학교에서 실시한 바자회 수업 장면.

또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이 아이를 탁아소에 보내면 탁아소 비용의 10% 정도가 보조금으로 지급된다. 저소득층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으로 200만명 정도가 수혜를 받고 있다.

아이를 낳은 가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그 뿐만이 아니다. 가족수당제도를 통해 아이가 두 명인 가정에게는 매달 119유로(약 16만원1000원)가 지원된다. 가족수당은 아이가 11세가 되면 32유로가 더 지급되고 16세가 넘으면 57유로가 추가로 주어진다.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진 무조건 받을 수 있다. 아이가 3명인 이들에겐 272유로, 3명이 넘으면 아이 1명당 147유로가 추가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 중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한 사람이 육아휴가를 쓰고 있다면, 가족수당 이외에 한시적이긴 하지만 매달 512유로(69만3000원)가 더 보태어진다. 프랑스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부부 중 한 명에게 36개월간 육아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급휴가가 아니기에 직장에서 휴가를 쓰는 이에게 줘야 하는 돈은 없지만, 그 대신 국가가 매달 512유로를 보조하고 있다. 아이 때문에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육아휴가가 끝나면 이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한다.

프랑스의 이 모든 지원혜택은 가정의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이나 혼인신고를 하지않은 동거부부에게도 일반가정과 똑같은 혜택을 주어진다. 혼외 출산이 많은 프랑스의 사회적 현상을 정책이 끌어안은 것이다. 미혼모 가정이든 동거 가정이든 각종 수당을 받는 것을 비롯해 출산 및 육아 휴가를 똑같이 쓸 수 있고, 공공탁아소도 이용할 수 있다. 보모수당 또한 마찬가지 혜택을 받는다. 지난 2004년 민법전에서 ‘혼인 가정 아이’와 ‘혼외 가정 아이’를 구분하는 조항을 없앴다.

엄마 혼자 키우는 아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우리나라 여건과 확연히 다르다. 개방적인 사회풍토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한 해 태어나는 전체 신생아 중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혼외출산으로 태어나는 사회적 구조가 그같은 지원책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예산부담, 국가유지 위한 필수투자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비로부터도 어느 정도 해방돼 있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이기 때문이다. 매년 9월 아이들이 개학할 때에는 학용품 구입하라고 개학수당(268유로)이 나오고 방학이 되면 자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여행까지 시켜 준다.

세 자녀 이상 가족에게는 영화관람이나 음악회 입장료 할인, 공공교통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가족 카드’가 지급된다.

물론 국가의 부담은 크다. 프랑스는 출산·육아·모성보호 등 가족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410억 유로를 쏟아붓는다. 국방비 지출보다도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인 발전전략 차원에서 필수적인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한국 및 프랑스 출산장려정책 비교

비교내용 프랑스 한국
난임부부 
지원
소득제한 없음
경비의 100%
월평균소득 150%이하 저소득층, 경비의 50%
임신진료비 경비의 100% 30만원
출산축하금 신생아 수당 863유로 지자체마다 다름
양육수당 기초양육수당 월 172유로, 자녀 20세까지 자녀수당 월 120유로 차상위계층
월10만원
보육지원 3세 미만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원
소득 기준에 따라
차등 지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