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세련미와 꾸미지 않은 자연미가 한 공간 속에서 어울려 제 빛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적이고 세련됐다 싶으면 자연스러움이 부족하고, 반대로 자연미에만 치중하다 보면 구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 3월에 문을 연 예나르(대표 신화식)는 이질적인 멋스러움을 무난하게 조화시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1층은 아구찜과 갈비찜을 주메뉴로 한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2층을 갤러리 〈창 가득 햇살〉로 꾸민 예나르는 삭막한 건물 틈새에서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입구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꽃들과 옛 정취를 풍기는 큰 항아리와 맷돌들이 그저 평범한 빌라와는 구분이 된다. 한지와 목재가 멋스럽게 어우러진 음식점을 지나 2층 갤러리로 들어서면 넉넉하게 들어찬 고가구와 투박하게 빚은 도자기들이 반긴다.

 오랜 세월 손때 묻은 책궤며 반닫이, 주인이 가장 아낀다는 평안도 숭숭이 반닫이와 넉넉하게 쌓여있는 퇴침 등이 각기 자리를 잡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예나르 대표 신화식씨(44)는 15년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골동품, 옛 장신구, 규방에서 사용하던 소품들, 그리고 자신이 손수 만든 생활용품을 가지고 갤러리 〈창 가득 햇살〉을 열었다.

 차가운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나무냄새가 가슴을 가득 채운다. 뒤이어 고사목으로 잘 다듬어진 나무 탁자에 앉으면 베란다에 잘 만들어 놓은 실내 정원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방 저방 둘러보면서 가구와 자기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맛 볼 수 있고, 주방에 진열된 생활자기들을 마음껏 감상하며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도 있다. 자기의 가격은 5만원에서 10만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는 원하는 손님에 한해서 2층을 개방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꽤 된다. 손님들이 전통차를 마시며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 더 손을 본 후 6월경에 완전히 개방할 계획이다.

 신씨는 "지금까지 모아온 가구들과 도자기들을 혼자서 보기엔 아까워 시민들을 위한 작은 휴식공간처럼 활용하려고 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랬다"며 "앞으로 조금 더 매만져 독립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든 뒤 각종 전시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희영기자 s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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