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7명 하루 60여척 인도

‘울산항 안전 최일선’ 자부심

365일 24시간 ‘긴장의 연속’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 울산도선사협회 부회장인 나태채 도선사가 도선선에 올라 울산항에 입항한 외국적 선박과 교신하고 있다.
울산앞바다에서 13㎞쯤 떨어진 해상에서 그들의 첫 임무가 시작된다.

지난 4일 오전 7시 베트남에서 원유를 싣고 온 5만6000t급 탱크선 갑판 위에서 나태채·백명수씨 등 두명의 베테랑 도선사가 울산항쪽을 응시했다.

“hard starboard(오른쪽으로 돌리세요)”라는 도선사의 말에 “hard starboard, sir(네 알겠습니다)”란 외국 선장의 대답이 오간다.

“상시 위험이 상존하는 항만내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시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안전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도선사들의 철칙입니다.”

전국 최대 항내혼잡도를 보이고 있는 울산항에 입항한 이 선박은 두 도선사의 안내로 무사히 SK7부두에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었다. 5일 오전 나 도선사와 함께 도선선을 타고 SK7부두로 향했다.

이 부두에서 원유하역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나 도선사는 도선선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수첩에 ‘안전 이상무’란 메모를 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16개국에서 하루평균 60여척, 연간 2만4000여척의 선박이 입항하는 울산항.

이들 선박을 24시간 1년 365일 동안 안전하게 부두로 인도하는 이들이 바로 도선사다.

현재 울산항에는 27명의 도선사들이 활약하고 있다. 하루평균 15명 정도가 개인당 5척 정도의 선박을 책임진다.

3일 근무, 1일 야간, 1일 휴무 체제(14일 근무 12일 대기 및 휴무)지만 항상 24시간 대기상태로 있으면서 필요할 땐 언제든 현장에 투입된다. 2시간여의 도선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선박에 올라야 할 만큼 빠듯한 스케줄이 그들을 기다린다.

울산항에서 비교적 젊은 도선사축에 속하는 나태채(53) 도선사는 선장 8년, 항해사 12년의 바다생활을 거쳐 올해로 11년째 도선사로 일하고 있다.

“도선사요, 오랫동안 해상운송에 종사한 해기사(선원으로서 일정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수여되는 훈장입니다.” 도선사는 5년 이상 선장으로 승무한 경력이 있어야 시험을 볼 수 있다.

외국적 승선원들에게는 그들이 울산항의 첫 얼굴로 비춰지기 때문에 해상길잡이에 이어 ‘민간외교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항만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그들은 밧줄 사다리에 의지해 칠흙같은 밤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결코 도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액체화물의 비중이 높아 위험물운반선의 통항이 빈번하고 조선블록을 실은 크고 작은 부선들의 이동이 많은 울산항에서의 도선사 역할은 어느 항만보다 중요성이 높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도선사들은 울산항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지켜낸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매일 바다로 향한다.

울산지역 도선사는 조만간 항만활성화 차원에서 부분적인 운영개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나태채 도선사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어 육지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물론)예선과 선사, 선사대리점 등 지역 항만종사자들과 힘을 모아 안전한 울산항을 조성하는데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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