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완벽하게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은 언제일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많다.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설정한 목표가 성취되었을 때, 그리고 남들보다는 덜 불행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우리는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낀다. 아니 안도감이라고 해야 적당할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객관적으로행복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남들이 인정하는 조건의 대부분은 객관적인 지표이다. 경제적 수준, 사회적 지위, 그리고 그에 따른 생활의 안정 등등. 그런 것들을 향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롤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피트 코언은 18년간 1천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P+(5×E)+(3×H)=행복 수치’라는 행복을 측정하는 공식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공식에서 P는 개인적인 특성(인생관, 적응력, 탄력성)을, E는 생존조건(건강, 인간관계, 재정상태)을, H는 더 높은 수준의 조건(자존심, 기대, 야망)을 말한다. 행복은 이러한 3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공식은 생존조건이 개인적인 특성에 비해서 5배, 자존심, 야망 등 더 높은 수준의 조건은 개인적인 특성에 비해 3배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인간은 행복에는 건강과 돈, 대인관계가 다른 요소들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기본적인 생존조건이 충족되면 삶의 질에 대한 요청이 강해지는 것 같다.

 혹자는 행복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혼돈과 갈등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고통 속에서도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흔히 높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학력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말하고, 경제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돈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도 맞은 말이다. 그러나 빈곤과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고등실업자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그 흔한 학력조차 없어서 제대로 변변한 직장도 가지지 못해 행복을 담을수 있는 그릇조차 마련하기 힘든 사람이, 모아도 모아도 따라잡을수 없이 치솟는 집값을 아침뉴스에서 확인하고 덩달아 오른 전셋값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무능력한 가장이 그래도 행복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어차피 인간은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살아남으려면 살기에 충분히 행복한 이유를 찾아야 하니까. 그래도 석연치는 않다. 고통은 고통일 뿐이다. 그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극복하지 않는 이상 마음만으로 고통이 행복으로 자동변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완벽하게 행복을 느끼는 사회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단지 그러한 유토피아의 상태를 향한 인간의 한결같은 염원은 역사를 통해 진보의 기초가 될 뿐이다. 포퍼가 유토피아 공학과 점진적 개량공학을 제시한 것처럼 우리도 조금씩 행복지수를 높여나가는 점진적 개선을 향한 노력은 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기아·질병·빈곤의 고통으로 시달리는 이웃들이 많다. 9·11사건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 전쟁과 테러로 인한 고통은 우리의 뇌리 속에 멀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긴장감도 여전히 우리에게 현실문제로 남아 있다. IMF의 잔재 또한 우리의 삶을 누르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통 지수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그럼에도 인류평화에 대한 기대와 사회진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나마 행복을 향한 우리의 염원이 사라지지 않고 인간사랑, 자연사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지수 100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행복이라는 것이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만으로는 지속될 수는 없다는 자각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자신의 모습 속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 인간의 존재증명, 그리고 존재의미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구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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