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선진국가를 탐구하다 -호주
2000년 이후부터 가족강화전략 시행
직업·소득별 보육시간·비용 맞춤탁아
한부모 학교 교육 등 사회약자 배려도

▲ 시드니 시내 맨리페리 선착장 인근 공원을 산책 중인 시민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에 따르면 호주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4만350달러(세계 5위)이며, 한국은 2만1530달러(세계 23위)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으로 따져 호주는 영국은 물론이고 프랑스나 독일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됐다.

두바이에 본부를 둔 국제투자그룹 레가툼이 10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국가 번영지수’에서는 호주가 1위를 차지했다. 경제적 건전성과 ‘삶의 질’ 평가에서 호주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008년 순위에서 맬버른 (2위), 퍼스(4위), 애들레이드 (7위), 시드니(9위) 등 호주 도시들이 10위권을 석권했다.

이런 기록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최근 호주의 출산율은 호조세를 보인다. 2000년대 초반 1.3명 대에 머물던 출산율이 최근 1.98명 수준으로 급등한데다, 이러한 상승율이 해마다 거듭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출산율 회복을 위한 가족정책 강화

호주 정부는 지난 2000년 이후부터 ‘가족강화전략’(Strong Family)을 시행중이다. 가족지원, 청소년 및 아동지원, 보육 등이 하나로 맞물린 이 전략은 가족해체를 줄이고 가족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과 전달체계를 발달시키는 내용이 바탕을 이룬다.

▲ 호주 시드니 한 주민이 맨리페리 선착장 인근 공원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다.

각 가족의 효과적인 영육을 강화하고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을 강화하도록 장려한다. 조기 개입을 통한 양육 지원과 가족관계에 대한 지원, 취학 전 유아모임, 결혼교육, 가족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출산율의 근저를 이루는 가족단위 조직의 건전성을 국가가 보호하고 키워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

정부는 최근의 낮은 출산율이 단지 자녀를 원치 않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통합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의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매우 보람차고 행복한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부가 안정적인 수입원과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아울러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가족친화적인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식 개선을 통한 출산장려 유도

‘한 명은 엄마를 위해, 또 한 명은 아빠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국가를 위해!’(One for mom, one for dad, one for the country.’

호주 정부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캐치프레이즈다. 때아닌 애국심을 자극하는 말로 인식 개선을 유도해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호주는 지난 1960년대 3.6명의 출산율을 기록했었다. 세계적 추세로 따지자면 현재 출산율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독한 인구감소의 위험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것이다.

이민의 문호를 개방해도 부족한 인구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마당에 출산율까지 급격히 떨어진다면 차세대 노동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의식 속에 호주 정부는 범국가 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호주는 지금 출산율을 2명 대로 높이려 두 명 이상 낳자는 ‘play 2UP’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에 태어난 아기가 사상 처음으로 30만명 선을 돌파하면서, 호주는 현재 출산율 1.98명을 기록하는 중이다. 인구유지 적정선인 2.1명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실질적 혜택을 주는 각종 수당제도

호주는 산모와 아이를 위해 적지않은 금액의 ‘출산보너스’(Baby bonus)를 지급한다.

신생아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산모에게는 5000AUD(호주달러·약 550만원)를 지급한다. 쌍둥이를 낳으면 지원금이 두 배로 뛴다.

▲ 하버브리지로 가족 나들이를 나온 시드니 주민.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는 사후관리까지 약속했다. 직장의 성격에 따라, 직업의 특성에 따라 24시간 보육 체계를 갖추고 탁아 비용 또한 가정 소득별로 차등적용하는 등 이른바 맞춤탁아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지원은 ‘책임은 나라가 질테니 걱정 말고 낳기만 해달라’는 이야기다.

두 자녀를 둔 부부의 경우 자녀 수당 등으로 호주 가구당 평균 수입의 50%에 가까운 수준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이는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미국이나 35% 수준인 영국, 29% 수준인 뉴질랜드 보다 월등히 높다.

호주의 가정복지 분야가 이처럼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 1987년 정부가 “빈곤상태에서 살아가는 어린이가 단 한 명도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가정복지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 분야 예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한부모 지원

호주는 현대의 가족구조 변화에 따라 점점 늘어가는 한부모 가정의 지원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우선 호주 연방정부는 미혼모에게 매달 1000AUD(약 110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 또 미혼모가 학교 교육을 받기를 원할 경우 교육비를 보조해 주는 한편 다양한 경로로 맞춤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커뮤니티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미혼모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싱글위드칠드런’은 지난 2005년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NPO)로 한부모를 위한 교재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 미혼모나 미혼부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내 및 야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로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이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들어 정부에 건의하는 일을 한다.

젊은데다 어린 자녀까지 둔 한부모는 힘든 나날을 견딜 수 밖에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학업을 이수할 수 있고 물론 육아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호주 정부와 각 사회단체는 미혼모들이 아기를 어느 정도 키우고 학업도 마치게 되면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용, 요리 등 다양한 취업훈련도 시키고 취업도 알선해 주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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