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보유 시인 보도가 나온 후 미국 정부가 신중한 반응을 보여 급격한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켜 준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양쪽 모두 25일 끝난 베이징 북핵 3자회담이 "유용"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외교적 해결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미국의 초강경 반응을 가져올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정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도 신중한 자세를 계속 유지해 북한핵 위협을 평화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미국의 신중한 반응은 북한의 핵부기 보유 시인 관련 발언과 베이징회담의 결과 전반에 대한 정밀한 분석에 시간이 필요한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일시적인 것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서는 우선 북한측 리근 대표의 발언에서 진실과 허풍을 구분하는 분석 작업을 거쳐야 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이에 대처할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북한의 행위를 과장과 협박으로 볼 경우, 이에 밀릴 수 없다는 종래의 입장을 고수할지 아니면 타협을 모색할지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근의 발언을 진짜 핵보유 선언으로 간주하든, 아니면 협상용 협박으로 간주하든 미국의 대응방안은 평화적 해결 노력일 수 밖에 없다. 비평화적인 방법, 즉 물리적 힘을 동원한 해결방법이 내포하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말고 강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은 용기있는 것일지 모르나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가 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핵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이런 재검토 작업에서 북한이 제시했다는 "과감한 제안"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부시의 대북 정책이 결국 강경파에 손에 들어가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정확성 여부를 떠나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비관적 전망은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으며 그같은 예상이 적중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북한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재정비해 미국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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