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도시 울산, 특히 SK로 대표되는 석유화학공단의 상징물은 불꽃을 뿜어내는 높은 flarestock와 굵고 긴 은빛 파이프,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원유 계류시설들로 꼽을 수 있다.

 선임대리보다 반장으로 불리는 것이 더 좋다는 이순철 반장(41)이 지난 15년동안 이 것들을 닦고 조여 가장 안전하게, 또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맡아 이제는 해저 배관부문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기술을 갖게 됐다.

 지난 88년, 98년 두 차례 일본 기술진들의 지휘 아래 이룬 해저배관의 검사와 보수를 이제는 이반장이 직접 지휘한다. 국내기술진만으로 해저배관 검사·보수작업은 처음이다.

 넘버2 부이 해저배관 검사와 보수작업이 이반장과 동료들이 오는 6월까지 해야될 프로젝트이다.

 이반장은 "이전에 해저배관에 관련된 일은 일본의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 했다. 하지만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스스로 자료를 정리하고, 많은 공부를 했다. 이제는 일본의 기술력과 견줄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우리도 지금 해외로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다.

 이반장은 바다 밑다닥에 깔려 있는 길이 4.2~2.5㎞, 지름 90㎝ 정도의 해저배관을 직접 드나든다.

 어둡고 앉지도 못할 좁고 긴 관 속으로 얼굴을 밀어넣을 땐 이반장은 "두려움보다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감싼다"며 "두려움을 갖는다면 한 치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반장은 "입사 이후 지금까지 이 일을 해왔고 또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일반 사람들은 배관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안전부분에서는 회사에 대한 믿음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지주"라고 말했다.

 오는 6월말 이후 해저 송유관 청소·수리 공사가 끝나게 되면 이반장은 다시 부이와 배관 등 원유하역시설 관리에 전념하게 된다.

 이반장은 "해저배관 작업은 회사로서는 큰 기술의 국산화란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울산과 울산항으로서도 안전사고의 사전 예방이란 차원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태권도 핀급 선수로 경남도민체전에 출전했을 만큼 만능 스포맨인 이씨는 SK 해병전우회 사무국장으로 매일 아침 SK 정문 앞과 석유화학공단 주요 도로에서 펼치는 교통봉사활동도 열성적이다.

 또 울산시 해병전우회 환경감시대로 활동하면서 2년 전에 "태화강 살리기" 행사에도 참여했으며 자원봉사 활동으로 중구의회 의장상을 받기도 했다.

 진해가 고향인 이반장이 울산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5년을 넘고 있다.

 이반장은 울산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 이제는 울산이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스스로도 이제는 완전한 울산사람이라고 했다.

 두 딸의 아버지인 이반장은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두 딸이 있는데 이들이 생활에 활력을 준다"며 "기왕 이름도 밝혀주면 아이들이 좋아할텐데..."라고 수줍게 말꼬리를 흐렸다.

 올해 12살로 수줍음이 많은 큰 딸 자영과 10살 혜수, 그리고 부인 최진숙씨(37). 이렇게 그는 남구 달동 사원 아파트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부단한 노력으로 산업도시 울산에 걸맞는 자신만의 기술을 갖게 된 이반장. 그의 땀에 절은 작업복과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서 울산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서대현기자 antima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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