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63 얼레지

얼레지는 우리 꽃의 소박함과 산골 소녀처럼 청초하고 깨끗하며 잔잔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꽃이다. 깊은 산골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우리 꽃이 얼레지이다. 숲 속에 피어 있는 그 요염한 자태는 한번 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 얼레지를 보고 그리고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언뜻 외국식물이려니 생각하기도 한다. 그 큼직한 꽃송이며 독특한 꽃 모양, 그리고 색다른 이름이 이러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하지만 얼레지는 심심산골에 자라는 우리의 토종 식물인 것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깊은 산 골짜기나 고산 지대 비옥한 땅의 그늘진 숲 속에 무리지어 자생한다. 녹색의 잎에 얼룩얼룩한 갈색의 무늬가 있다. 그래서 얼레지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다른 이름으로는 "가재무릇’, "얼러지’, "에레지’ 라고 한다. 꽃말은 "질투"이다.

 비늘줄기는 땅속 깊이 들어 있고 위에서 2개의 잎이 나와서 수평으로 퍼진다. 잎은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아기 손바닥 처럼 넓적하고 녹색의 부드러운 잎에는 자색의 얼룩이 있다. 잎새 사이로 꽃자루가 올라오고 고개 숙이고 다소곳이 맺혀있던 꽃봉오리는 개화기 진행되면서 여섯장의 꽃잎을 한껏 펼쳐내면서 자신의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꽃은 자주색으로 4~5월에 피는데, 잎 사이에서 나와 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하여 달린다. 잎은 보통 2장이며 꽃줄기 밑에 붙고, 잎자루는 길어서 땅 속에 묻히고 잎몸만 땅위에 있다. 아침 이슬이 맺힌 얼레지 꽃의 고개 숙인 모습은 수줍은 새색시를 연상케 한다. 활짝 핀 꽃잎은 완전히 뒤로 젖혀져 꽃잎의 뒷면들이 서로 잇닿을 정도다. 그러니 긴 보라빛 암술대며 이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골의 수줍던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다.

 얼레지의 뿌리는 아주 깊게 묻혀 있어 캐기가 쉽지 않다. 비늘줄기를 가진 뿌리는 땅속 깊이 있다. 줄기 하나에 꽃 한 송이가 땅 밑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어찌 보면 큰 제비꽃같은 모습이다. 아마도 산나물 중에서는 금낭화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우리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레지의 잎은 나물로 해먹는다. 산채비빔밥 같은 음식에 간혹 얼레지 나물이 나오기도 한다. 약간 새콤하면서도 색다른 맛이 있다. 사실 얼레지의 꽃을 아는 사람은 아까워서 먹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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